“적대적 M&A 시도한 건 카카오”…SM 사내 변호사, 전 직원에 설명문 공유

입력 2023-02-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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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조병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부사장이 최근 격화한 경영권 분쟁에 대한 설명문을 전 직원에게 공유했다.

SM 사내 변호사인 조 부사장은 13일 전 직원에게 경영권 분쟁 설명문을 공유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인 것이지, 하이브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상황과 같이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뜻을 달리하는 경우, 그 인수합병(M&A)이 적대적이냐 우호적이냐는 대주주를 기준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하이브는 우호적 M&A를 진행하는 것이며, 대주주의 뜻에 반해 지분을 늘리고자 하는 쪽은 카카오, 그리고 카카오와 손을 잡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부사장은 “현 대표이사와 이사회 멤버의 지분은 0.3%, 얼라인의 지분은 1% 남짓이다. 지난달 20일 자로 합의했던 얼라인과 현 경영진의 지분은 다 모아 봐야 2% 안팎일 것이다. 현 경영진은 자신들을 지지해 줄 큰 지분을 가진 주주가 필요했을 거다. 이것이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의 실체”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주총 직후, 이성수 대표는 선생님(이수만) 지분을 처분하는 데 반대하고 특히 카카오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고 제게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뒤, ‘SM의 발전을 위해서’라며 카카오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하겠다는 이사회 결의를 했다”며 “대체 이 대표는 작년과 올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입장이 왜 달라졌을까. 왜 작년에는 반대했던 인수의향자를 올해에는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자로 올려놓는 거래를 했을까. 올해 3월 27일 만료되는 자신의 연임 문제, 자신이 얻을 경제적·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얼라인은 행동주의를 빙자한 이익 추구 펀드다. 펀드는 어디에든 투자했다가 이익실 현이 되면 팔고 나가는 엑시트(자금 회수), 현금화가 목표인 비즈니스”라며 “얼라인은 자신들의 이익 실현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현 경영진이 유임되고, 카카오가 대주주로 들어오는 것이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고 보았을 것이다. 심지어 이창환 얼라인 대표가 자기 자신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셀프 지명해 ‘경영권(이사 선임권 또는 이사회 구성 권한)’을 가지려고 한 것은, 그것을 내세워 얼라인이 가진 SM의 주식을 비싸게 파는 데 도움이 된다고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카카오도 역시 ‘돈’ 때문에 얼라인과 현 경영진 편에 선 것”이라며 “신주·전환사채발행이라는 방법을 쓰면 지난해 선생님 지분 거래 때 논의되던 돈보다 훨씬 더 적은 2000억 원 안팎의 돈으로, 1주당 불과 9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9%의 주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얼라인, SM의 현 경영진과 손을 잡으면 주식을 일단 싸게 살 수 있고, 힘을 합해 이사회를 장악한 후 대주주로 올라간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창업자이고 대주주인 사람의 주식을 이런 식의 야합을 통해 희석하고, 그렇게 1대 주주를 변경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M&A 업계에서 이것을 전대미문의 적대적 M&A라고까지 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공동대표에게 요구하신 것은 딱 하나, ‘둘 다 내 옆에, 내 편에서 든든하게 있어 달라’며 ‘너희들이 내 편에 서서 원팀으로 움직여야 밖에서 우릴 공격하는 집단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공동 대표들은 잠적하다가 지난달 20일에 얼라인과 SM 합의를 발표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얼라인 제안을 전면 수용한다면서 이창환 얼라인 대표를 등기이사인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한 게 회사의 장래를 위한 결단이냐. 최악은 2월 3일 이성수 대표와 탁영준 대표가 화면을 쳐다보면서 선생님께 작별을 고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에게는 이 모든 일이 선생님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정작 선생님 본인에게는 한 마디 의논이나 한 통의 전화, 편지도 없었다고 한다”며 날을 세웠다.

조 변호사는 “여태까지 잘잘못을 논하고, 누구의 책임이 큰가 따지고, 각각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많이 전달받았다”며 “현재의 SM에서 SM을 지키고 전통과 유산을 계승하면서 앞으로 발전을 이룰 분들은 임직원 여러분이다.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지시길 바라고, 헛된 루머에 현혹되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HR 지원실로부터 2023년 3월 1일 이후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아무런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문자와 이메일 통보와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업무명령도 문자와 이메일로 받았지만, 남은 계약기간 동안 놀고먹어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하지는 않았다. 남은 계약기간 동안 필요한 소임을 다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이달 3일 미래 사업 계획안 ‘SM 3.0’을 통해 멀티 프로듀싱 체제를 선언했다. 이 전 총괄과의 계약 종료 및 카카오와의 업무 협약도 발표했다. 7일 카카오는 SM이 발행한 123만 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 주를 인수, SM 전체 지분의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이 전 총괄은 SM의 지분 매각이 위법하다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자신의 SM 지분 18.46% 중 14.8%를 하이브에 4228억 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하이브는 SM 최대 주주로 단번에 거듭나게 됐지만, SM 측이 곧바로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며 경영권을 둔 갈등이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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