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상승 추세가 유효한 만큼 오늘은 대형주와 중소형주간의 상대강도 측면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3월부터 시작된 국내증시의 이번 랠리에서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기록한데다 최근에는 기술적 과열 조짐을 나타내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증시 섹터 및 스타일별 주가의 시장대비 상대강도를 살펴보면 이번 랠리에서는 소재와 산업재 섹터 및 중소형주와 고베타 스타일 주식이 초과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형주의 주가 상승 속도가 더 가파랐던 만큼 이에 따른 단기 기술적 조정 가능성은 열어 두어야 할 것이다. 대형주와 소형주의 각 이격도를 고려하면 20일 이동평균 대비 과열권으로 인식되는 +5%보다 소형주가 훨씬 높은 수준으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형주의 단기 과열에 따른 기술적 조정은 필요하나 향후 시장의 주도권이 대형주로 갈 것인가의 문제는 고민해 보어야 할 것이다.
먼저 실적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대형주 및 소형주의 12개월 예상 EPS 상대강도 고려시 소형주보다는 대형주의 올해 실적 예상치가 상대적으로 덜 나빠진 것으로 관찰되고 있다.
그러나 대형주와 소형주의 12개월 예상 EPS 모두 올해 3월을 저점으로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시그널을 나타내고 있는데다 경기 저점 통과 기대심리로 인해 향후 실적 전망치 변동성이 큰 소형주의 예상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전망치의 상대강도만으로 대형주와 소형주간의 주가 상대강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번째로 현재 국내증시의 PER 수준과 올해 국내외 경기의 회복 속도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등은 단기적으로 큰 폭의 추가적인 PER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며, 결국 이는 국내 대형주로의 본격적인 주도권 이전 무드 형성에 있어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세번째로 이번 랠리는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 가능성을 Pricing하며 상승하는 국면이 아니라 유동성 장세 성격에 추가된 경기 저점 통과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국면임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국내외 경기 회복의 신호는 여전히 약한 상태이며 많은 지표들이 아직 부진한 가운데 유동성의 힘이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증시 랠리는 보듯 경기 저점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를 배경으로 국내외 디폴트 리스크 및 신용경색 리스크가 완화되며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급등했던 이머징마켓 가산금리가 반락하고 급락했던 이머징마켓 주식시장이 반등하는등 신용경색 완화에 의한 복원 랠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 예로 국내증시에서는 최근 투기등급(채권 신용등급 기준) 주식의 주가가 투자등급 주가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투기등급 및 투자등급 채권간의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신용스프레드 축소 과정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로 최근 증시 주변자금의 이동 동향 역시 지수 관련 대형주의 주가 상대강도 강화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머니마켓펀드(MMF)에 120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동 자금으로 대기하고 있지만, 국내 유동성은 투신권의 주식형펀드보다는 직접 투자를 위한 고객예탁금 유입을 선호하며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장세 형성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고객예탁금과 주식형펀드잔고 추이를 고려하면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입이 주춤해진 가운데 최근 개인들이 공격적인 순매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매수세의 실탄인 고객예탁금 잔고는 증가하는등 개인의 직접투자용 자금이 빠르게 유입중임을 시사하고 있어 중소형 개별종목 중심의 수익률 게임이 진행될 여지를 여전히 남겨두고 있다.
반면,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입 정체 및 이탈에 따른 투신권 매도세와 외국인 순매수라는 엇갈린 매매방향은 수급측면에서 대형주로의 매수세 응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번 증시 랠리의 성격과 최근 증시 주변자금 이동 동향 등을 고려하면 지수 관련 대형주로의 본격적인 주도권 이전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최근 증시 랠리는 경기 저점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를 배경으로 신용경색이 완화되며 채권시장에서 투기등급과 투자등급 채권 금리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락했던 투기등급(채권 신용등급 기준) 중소형주의 주가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는 큰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랠리의 종결 임박 가능성을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방어적 시장 접근을 선택해야 하겠지만, 중소형주 강세의 배경이 된 신용스프레드 축소 과정이 이어지며 신용경색 완화에 의한 복원 랠리 무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형주의 옥석가리기 등을 통해 걸러진 중소형주 중심의 시장 접근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