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의 법정단체 지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법정단체 지정은 국회 법안 통과가 필요한데 국회 논의 일정은 현행 기준상 빨라야 4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역시 프롭테크(부동산 IT회사) 업계의 반대와 단일 법정단체 지정 시 위헌 논란 등 다양한 변수 때문에 지정 속도를 높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 법정단체 지정을 위한 기반 마련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6일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공협 법정단체 지정을 골자로 한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김병욱 의원 대표발의)은 이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는다.
17일 열리는 법안소위에는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공인중개사의 임대인 정보 확인과 불법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 5개만 논의된다. 이들 법안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발의된 법안이다. 10월 발의된 중개사 법정단체 지정 법안보다 늦게 발의됐지만, 법안소위에 먼저 상정된 것이다. 국회 일정에 따르면 이달 국토위 법안소위는 17일이 마지막이다.
법안 논의를 위해선 임시국회가 열려야 하지만 현 상황으로는 4월에나 열릴 예정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짝수달에 임시국회를 열게 돼 있다. 여야 합의로 3월 임시국회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음 달 임시국회 개회는 현재로썬 불투명하다.
4월에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소위원회에서 법안이 논의될지 의문이다. 야당 관계자는 “소위에서 법안을 논의하려면 간사 간 합의가 필요하다”며 “공인중개사협회 법정 단체화 법안은 여야 의원이 공동발의 하긴 했지만 여야 전체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정부 의견도 중요해 무조건 올라간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국토부 역시 한공협 법정단체 지정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프롭테크 업계의 반발이 여전해 법정단체 지정 추진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는 것이다. 프롭테크 업계는 협회의 법정단체 지정이 부동산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 일하는 공인중개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 비슷한 상황인 건축사협회의 단일 협회 의무 가입과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 확정 이후 법안 논의를 이행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다.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규정한 건축사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일부 건축사들이 단일협회 가입이 헌법(결사의 자유)에 반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프롭테크 업계와 중개사협회 간 만남을 여러 번 진행했지만, 단일협회 설립을 놓고 서로 견해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프롭테크 쪽의 반대 의견이 거세고, 건축사협회 관련 헌법소원 심판 결과도 곧 나올 것이므로 모든 상황을 종합해 의견을 낼 것이다. 현재로썬 (법정단체 지정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공협은 프롭테크 업계의 우려는 확대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이종혁 회장은 지난해 간담회에서 “회원의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는 없을 것이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협회 관계자 역시 “중개사분에게 영업 방식을 강요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