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 세탁’ 오명 코인시장…AML 까보니, 피튀기는 ‘인력 쟁탈전’

입력 2023-02-16 05:00 수정 2023-02-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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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거래소 AML 인력 평균 22명
특금법 시행 수 채용 늘어났지만
전문교육 과정 없어 '구인난' 직면

가상자산 시장이 ‘불법 자금세탁’으로 치부된 오명을 벗고자, 치열한 자금세탁 방지(AML) 인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업계는 안정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하기 위해 전문 인력 확충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올해 들어 자금세탁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예년과 다르게 국회와 정부도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5일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AML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AML 전담인력은 모두 112명으로 전체 임직원(1374명)의 8.2% 수준이다. 평균 인력은 22.4명으로 집계됐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45명(자사 인력 대비 8.0%)으로 AML 인력이 가장 많았다. △빗썸 18명(4.8%) △코빗 19명(15.4%) △코인원 17명(8.3%) △스트리미(고팍스) 13명(11.8%)이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AML 전문 인력 채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AML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경영진에 제재를 가하는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 이후, 2021년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코빗은 4명, 코인원은 2명, 고팍스는 3명의 인력을 확충했다.

문제는 업계가 AML 인력 수요 대비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AML의 중요성이 커진 게 최근이다 보니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이 시장에 많지 않고, 대학 등 전문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도 흔치 않아서다. 그나마 5대 가상자산 거래소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본지가 인력 규모를 밝힌 코인 마켓 거래소(6곳)를 대상으로 AML 인력 현황을 살펴본 결과, 평균 인력은 9.5명으로 5대 거래소 규모와도 큰 차이가 났다. △피어테크(지닥) 10명 △뉴링크(캐셔레스트) 8명 △플랫타익스체인지 6명 △한국디지털거래소(플라이빗) 13명 △프로비트 10명 △한빗코 1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은행권이 인력을 늘린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 편이라고 평가한다.

부족한 내부 감시 인력은 자금세탁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직결된다. 가상자산이 대표적인 자금세탁 수단으로 떠오르면서다. 최근 국내 금융권에선 자금세탁으로 의심되는 ‘이상 외화송금 거래’ 정황이 무더기로 포착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29조2000억 원이 자금세탁용 불법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이는 전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정부도 자금세탁 범죄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동욱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검사과장은 “가상자산은 미래 발전이 무궁무진한 사업이지만, 대표적인 자금세탁 수단이기도 하다”면서 “미래 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한 구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AML 인력 확충을 유도할 뿐,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두거나 인력 확보를 강제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다음 주 열리는 전체회의를 거쳐 27일 예정된 법안 소위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투자자 보호 방안을 우선 다루겠지만 불법자금 세탁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는 만큼 대안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한규 의원은 “가상자산거래소는 주식에 비해 다수의 거래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당국과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그런 면에서 자금세탁의 위험성을 줄이는 특단의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AML 인력 확대 등 거래소 상황을 계속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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