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일, 삶, 배움] 비교우위론에 관한 상반된 두 가지 시선

입력 2023-0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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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참여소득』 저자

음악 콘서트홀과 도서관 건축 설계로 약간의 명성을 가진 필자의 친구는 대학 시절 일본 건축학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준 적이 있다. “좋은 동네는 여러 사람이 북적거리고 살며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 사람에게 필요한 가게나 상점들이 자리 잡은 곳”이라고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수긍하였다. 국가의 경쟁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래 자유무역주의 토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은 1960~70년대 남미처럼 외국 기업에 의해 국가 경제 성장을 도모하지 않고 기술 추격을 통한 제조업 여러 방면에서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하였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필자가 국제경제학에서 자유무역론을 이해하는 데 힘들게 하였다. 영국 경제학자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하여 모든 제품에서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 우위에 있을지라도 가장 비교우위에 있는 한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수출하고 나머지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는 이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래 전 세계는 비교우위론을 근거로 자유무역을 실시해왔다. 돈 안 되고 위험한 산업은 다른 나라로 이전하고 우리는 잘하는 것, 지식기반 산업과 기술 중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자국에 더 이롭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자국 내 공장을 인건비가 싼 외국으로 이전시키고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라는 명목하에 외국에 의존하는 국가를 결코 좋은 동네, 좋은 국가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걱정은 최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21년 말경 중국의 요소수 수출이 끊기자 우리나라 화물 자동차가 멈추어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줄어들까 봐 과거 제3세계로 이전하였던 반도체 공장을 자국에 건설하고 한국, 대만 등 외국 기업이 미국에 수출하려면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라고 한다. 전기자동차도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 경우 지원해줄 수 없는 법을 제정하였다. 자유무역을 포기한 이 법은 자국 노동자의 소득과 일자리 문제 그리고 자립경제를 위해서다.

英, 제조업 없는 ‘금융중심지’ 허상

영국은 대처 총리 시절부터 경쟁력 없다고 판단된 자동차 산업 등을 외국 기업에 팔아넘기고 세계 금융중심지로 위상 강화를 모색하였으나, 1990년 초반과 작년의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위기 시 매우 취약한 국가임이 드러났다. 반면에 독일과 일본은 튼튼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내수와 수출 경제정책으로 국제 경제위기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다. 결국 제조업 기반이 없는 영국의 금융 국가는 허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비교우위는 직업 세계에서 사람의 경쟁력을 놓고 보면 맞는 이론이다. 우리 속담에 ‘재주 많은 사람 박복하다’,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가 간 데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다양한 능력과 재능을 가진 사람이 하나에 몰두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직업 세계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돈벌이를 못 한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지속적인 자기 경쟁력을 갖고 직업 세계에서 소득 활동을 위해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처럼 모든 방면에 재주가 있어도 어느 시점에서는 가장 잘하는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흔한 말로 가장 잘하는 것은 직업으로, 그다음으로 잘하고 재미있는 것은 취미로 활동하라는 뜻이다.

간혹 기업 내 인적자원 개발에서는 개인의 멀티 플레이어 능력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는 자신이 비교우위에 있는 능력을 돋보이게 할 뿐이다. 어린 나이에 과학, 문학, 음악, 미술, 체육, 손재주 등의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아이보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지도에 상당한 고민과 걱정을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개인에게도 다양한 재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 노년에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때이다. 직업 세계에서 은퇴한 이후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과거에 포기하였던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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