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 확대에도 여전한 실효성 논란…“신속 피해보상 어려워”

입력 2023-02-1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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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연 최수정 연구원 보고서, 2011년 이후 동의의결 사례 11건 불과
상생방안에 초점ㆍ상당 기일 소요ㆍ중소기업 진입장벽으로 실효성 부족해
“중소기업 경우 신속한 분쟁 해결과 피해 구제는 기업 생존에 직결”

▲동의의결제도 절차 진행기간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연구원)
▲동의의결제도 절차 진행기간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연구원)

동의의결제도가 지난해 7월 일명 ‘갑을관계 4법’인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방문판매법에 확대 도입됐지만, 피해자의 금전적 보상 위주가 아닌 상생에만 초점을 맞춰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소비자 피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 보상을 제안하면 법적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시켜 주는 제도다.

17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의 피해구제 활성화를 위한 동의의결제도의 실효성 제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공정거래법에 최초 도입된 이후 동의의결 사례는 총 11건에 불과했다. 중기연은 신속한 피해구제와 거래질서 회복이라는 동의의결의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운영 사례를 살펴본 결과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중기연이 제기한 동의의결제도 문제는 △피해구제나 경쟁질서 회복보다 상생방안에 초점 △상당한 기일 소요 △중소기업의 진입장벽 등 크게 3가지다.

먼저 동의의결 사례를 살펴보면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은 동의의결 도입 당시 예상된 긍정적 기능과 달리 소비자의 피해구제나 경쟁질서 회복보다는 상생방안에 보다 초점이 맞춰졌다. 중기연은 상생지원방안에 대한 이행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동의의결제도가 법 위반 사업자의 면죄부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도급법의 경우 ‘을’의 지위에 있는 피해기업이 특정될 수 있다고 했다.

신속한 피해구제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동의의결이 신청된 이후 개시결정,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동의의결안 확정까지 상당한 기일이 소요돼 피해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의의결이 인용된 경우 동의의결 신청 시부터, 최종 동의의결 확정시까지의 기간은 평균 약 313일로 나타났다. 최근 사례인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에도 동의의결이 신청되고, 최종 동의의결안이 확정되기까지 203일이 소요된 바 있다.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동의의결제도는 사실상 진입장벽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금의 부족과 법률적 조력의 부족으로 동의의결 신청을 위한 시정방안 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중소기업인 주식회사 ‘엠티알’의 경우 동의의결 신청 후 사이버몰을 폐쇄하고 제품판매 행위의 중단 등 폐업 절차에 들어가서 신청이 기각된 사례가 있다.

중기연은 △상생방안보다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 보상 위주의 운영과 이행 관리 △이해관계자 수렴 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의 사전협의 의무 △중소기업이 동의의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제사업 등 정책적 지원을 주장했다.

최수정 연구위원은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인적·물적 자원이 열악하고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신속한 분쟁 해결과 피해 구제는 기업의 생존에 직결된다”며 “중소기업 피해 구제 활성화를 위해 동의의결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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