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준비하는 지미 카터...자택서 호스피스 돌봄 시작

입력 2023-02-1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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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9대 대통령, 올해 98세
간암과 뇌암, 낙상 겪으며 건강 악화
새해 한 차례 병원 입원 후 자택 호스피스 결정
부정선거 감시, 개도국 기생충 박멸 등에 힘써
2002년 노벨 평화상 받기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7월 10일 결혼 75주년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플레인스(미국)/AP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7월 10일 결혼 75주년 리셉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플레인스(미국)/AP연합뉴스
미국 39대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가 생을 마감하는 이별 준비에 들어갔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카터센터는 성명을 내고 “카터는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집에서 보내면서 추가 의료 개입 대신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료진과 가족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며 “사생활 보호를 요청하며 많은 지지자가 보내준 관심에 감사를 표한다”고 전했다.

98세인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 신세를 진 후 집으로 돌아와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는 2015년 뇌암 판정을 받고 한동안 관련 치료를 받아왔다. 앞서 간암 수술로 모두 제거된 줄 알았던 흑색종이 뇌로 전이되면서 뇌암으로 이어졌다. 2019년엔 2주 새 낙상만 두 차례 겪으면서 골반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리고 새해 들어 다시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호스피스 돌봄을 택했다.

손자인 제이슨 카터 전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 조부모님을 뵀다”며 “그들은 평화로웠고 늘 그랬듯 집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걸쳐 1977년 대통령에 올랐다. 1980년 재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하며 대통령 임기는 단 한 번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폭을 넓혀나갔다.

1982년 그는 부인 로잘린 카터와 함께 카터센터를 세운 뒤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최소 113건의 부정선거를 감시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공중보건과 인권 증진에도 힘썼다. 1980~90년대 비영리단체 ‘해비타트 포 휴머니티’와 함께 전 세계를 방문하며 개발도상국 메디나충(기니 벌레) 퇴치와 집 짓기 활동을 병행했다. 과거 그는 “내가 마지막 남은 기니 벌레보다 오래 살기를 희망한다”고 밝힐 정도로 기생충 박멸에 진심이었다. 그의 노력 덕분에 기니 벌레의 인체 감염 사례는 1986년 350만 건에서 2021년 14건으로 급감했다.

이 밖에도 아프리카 식수 확보를 위한 공중보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개도국 성장에 온 힘을 쏟았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최근 10년은 건강 악화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후엔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신도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변화가 부드럽게 일어나는 이 시점에 하나님은 분명히 그와 함께 걷고 있다. 그와 로잘린, 그의 가족 모두가 평화로 위로받고 우리의 사랑과 기도로 둘러싸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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