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기업은 된다” 경기둔화 공포 속 신용등급 상향한 기업들

입력 2023-02-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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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3사, 현대캐피탈 '안정적'→'긍정적'
재무안정성·EBITDA 규모 7조 상향 전망
HD현대, ‘A-, 긍정적’ → ‘A0, 안정적’
국내 경기 둔화 국면 진단…예상밖 상향
"반도체 기업 등급 조정 다수 예상돼"

#HD현대는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모두 신용등급 A등급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는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등급을 상향하면서 자체 수익기반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말에 입주를 시작한 분당 신사옥에서 임대료와 관리비 수익이 매년 약 650억 원씩 발생하고, 지주사가 단독 소유한 신규 CI를 통해 상표권 수익이 매년 약 300억 원씩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은 “주력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 중이며, 재작년 계열사로 편입된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의 영업성과 호조에 기여하고 있다”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역량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 SK하이닉스는 신용등급 ‘AA’(등급 전망 ‘안정적’)를 유지했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손실을 입었지만, 재무구조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업황이 나쁘지만, 본연의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상적인 영업 활동과 필수적인 투자 규모를 충당할 수 있는 영업현금을 창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에 기록한 240억 원 적자 이후 10년 만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신용등급 또는 전망 상향에 성공한 기업들이 있어 관심이 쏠린다. 국내외 신용평가사(신평사)들은 사업 환경 악화 속에도 실적 훈풍을 낸 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을 ‘AA, 안정적’에서 ‘AA,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지난해 12월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에 따른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아의 선순위 무보증 회사채(AA)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면서 생산 판매 증가가 예상되고,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수요가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수익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김나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021년 이후 현금창출능력이 확대돼 과거 대비 재무안정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EBITDA 규모가 연간 7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시설투자(CAPEX), 운전자금 부담 등에 원활히 대응하며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속 금융사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보유지분율이 각각 59.7%, 40.1%에 달한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캐피탈의 결속력이 강화되면서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외 신평사들도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올려잡고 있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현대캐피탈 아메리카(HCA)와 현대캐피탈 캐나다(HCC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현대캐피탈의 신용등급은 ‘Baa1’이다.

무디스는 지난 10일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현재 ‘Baa1’(BBB+)인 신용등급이 ‘A3(A-)’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 실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 자체 수익기반 안정성이 개선되는 기업들은 향후 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 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에이치디(HD)현대(옛 현대중공업 그룹)도 신용등급이 올랐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3일 HD현대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 긍정적’에서 ‘A0, 안정적’으로 상향조정했다. 배당금 수익 증가가 전망되면서 자체 수익기반의 안정성이 개선되고, 다각화된 자회사 포트폴리오가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력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경기 둔화, 기업 실적 악화가 점쳐지던 올해 상황에서 이같은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예상밖의 흐름이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국내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연말에만 신용평가사들은 넥센타이어, 포스코, 넷마블 등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 또는 전망을 잇달아 낮춰 잡았다. 통상 정기평가는 6월 반기 말에 시행됨에도 연말에 등급 하향 기업들이 잇달아 발표된다는 점은 그만큼 국내 경기가 악화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일부 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암울한 내년 경기 전망, 다수 기업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비교된다. 지난해 말 이후 신용평가사는 포스코, LX하우시스, 넷마블, 넥센타이어,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하이마트, 효성화학 등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 혹은 등급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SK증권,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 M캐피탈, 웰컴캐피탈 등은 감시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신용등급 하향 조정 기업 수 대비 상향 조정 기업 수)은 지난해 말 기준 0.6배로 2021년 말(1.4배)보다 하락했다.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이 내렸다는 점은 상향 조정 기업보다 하향 조정된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신용 등급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6월 정기 평가 시즌에 기업 변동건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1일 엘지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전망을 ‘A+, 안정적 ’에서 ‘A+, 부정적’으로 내려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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