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의 농사직설(農事直說)] 새롭게 출범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거는 기대

입력 2023-02-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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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경제시회학부 교수, 그린바오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을 제시하고, 그동안 유명무실하던 정부위원회의 통폐합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지난해 9월 기존 대통령·총리·부처 소속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던 636개 정부위원회 중 246개를 통·폐합하는 방안을 최종 발표했다.

특히 기존에 22개였던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5개가 사라지고, 현 정부 들어 2개(국민통합위원회,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새로 생겨 최종적으로 19개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농어업계의 유일한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이하 농특위)는 기존 국무총리 소속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위원회(이하 삶의 질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흡수·통합하는 형태로 살아남았다.

정부위원회 통폐합 움직임으로 그 당시 농어업계에선 대통령 직속 농특위의 존치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농어업계는 농특위의 존치를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그동안 대통령이나 관련 부처 장관들의 회의 참석이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말기에는 아예 개점 휴업상태였기에 폐지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새 정부의 농특위는 기존 국무총리 소속 삶의 질 위원회를 통합하는 형태로 존치됨으로써 오히려 형식상으로는 종전보다 조직,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되었다.

농특위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범부처적 협력과 조율할 사안이 많은 농정 관련 이슈를 논의할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로 2019년 4월 농어업계의 큰 기대 속에 출범했다. 대통령 직속의 민·관 합동 자문기구로서 농어업과 농어촌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관련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농어업과 농어촌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 수행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농특위는 안타깝게도 아직 농어업·농어촌·농어민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큰 틀의 정책 전환이나 공감할 만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같은 낮은 평가를 받는 주된 요인은 무엇보다 농특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대통령과 관련 부처의 활용 의지와 추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농특위 설치는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어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출범 2년 후 뒤늦게, 그것도 농어업계의 요구로 마지못해 출범한 모양새를 보임으로써 처음부터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에 역부족이었다. 또한 농어업·농어촌 관련 복잡한 사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실천적으로 추진할 관련 정부 부처와의 실질적 소통 및 협력체제 구축이 미흡했고, 특히 관련 부처들의 적극적인 농특위 참여와 활용 의지가 미약했다. 이로 인해 범부처가 협력·조율해 나가야 할 미래지향적 핵심 어젠다 도출과 실천력 부족으로 국민적 시선 끌기와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존치하기로 결정되었지만 다른 대통령 소속 위원회보다 늦은 위원장 선임과 위원 구성 등으로 인해 농특위가 다시 패싱 혹은 소외당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까지 경험상 대통령이 농특위 활동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함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 밀접히 연관되는 관련 부처의 활용 의지와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의제와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 마련되더라도 이행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 정부에서 역할과 기능이 확대된 농특위가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통령의 농특위 활동과 운영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특위로 통합되는 삶의 질 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범부처적 협력과제가 실행되도록 위원회의 법적 위상과 권한, 인적 구성과 조직 등의 확충과 재정비가 요청된다. 특히 빠른 시일 내 현행 법률상 2024년 4월까지 존치되는 한시적 기구의 성격을 가지는 농특위의 존속 기간 연장 혹은 존속 기간 삭제를 통해 지속적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1년 남짓 남아 있는 시한으로는 대내외 여건변화에 따라 주기적·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범부처적 소통과 협력이 요청되는 농어업·농어촌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실천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농특위도 너무 다양한 의제보다는 범부처적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국민적 의제 발굴에 초점을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관계 부처 간 소통과 협력, 사회적·국민적 공감대 도출에 기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모쪼록 새 정부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농특위가 국민적 공감대와 지지 속에 대한민국 농어업과 농어촌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주춧돌을 놓았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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