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신성장 4.0 전략 2023년 추진계획 및 연도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는 미래기술 확보, 디지털 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대 등 3대 분야 15대 프로젝트 발굴을 골자로 지난해 말 발표한 ‘신성장 4.0 전략 추진계획’의 후속대책 성격이다. 이번 대책은 한국형 도심 항공 모빌리티(K-UAM) 추진, 우주항공청 개청, 20큐비트 양자컴퓨터 조기 시연, 원전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및 해양용 용융염원자로(MSR) 기술 개발을 위한 R&D 착수 등에 대한 연내 추진계획을 담았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의 비극을 딛고 단 두 세대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변변한 자원도, 축적된 자본도 없이 국민 헌신과 노력으로 일궈낸 기적의 역사다. 특히 1960~1970년대 이어진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턱없이 부족한 인적, 물적 자산을 그나마 집중시켜 설립한 정부출연연구소 등의 기여가 이례적인 발전과 성장에 큰 몫을 담당했다. 국가와 국민이 온 힘을 다해 밀어주고 기업들이 땀 흘려 뛰는 성공 공식이 그렇게 씌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에만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의 현재를 이끄는 반도체업황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고 대중 교역으로 국부를 키우던 시절도 끝나가고 있다. 새 공식이 필요한 국면이다.
어제 후속대책까지 나온 추진계획은 큰 잠재력을 가진 청사진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 당시 농업(성장 1.0)과 제조업(성장 2.0), IT(성장 3.0)를 넘는 미래산업 중심 성장을 통해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고 초일류국가 도약을 이루겠다고 했다. 어제 나온 로드맵 또한 장밋빛이다. 이번 청사진에 거는 기대는 당연히 크지만, 걱정과 우려도 없을 수 없다. 87년 헌정체제 이후 5년마다 들어선 단임정부들이 저마다 그럴싸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나, 그것들은 새 시대를 이끄는 성장 동력으로 기능하기보다 5년간의 편의적인 자원 배분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쓰이다 정권교체와 더불어 흐지부지 사라지기 일쑤였지 않은가. 또 빛 좋은 개살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과거의 공식은 ‘정부 주도’를 핵심으로 했으나 시대가 달라진 지 오래라는 점도 거듭 명심할 일이다. 정부 역할은 어디까지나 지원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이번 추진계획이나 로드맵 또한 ‘민간 주도+정부 보완’이란 기본 얼개를 분명히 하고 있다니 일단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정부는 선을 잘 지키면서, 그리고 국민 공감의 폭을 넓혀가면서 민간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 혁파 등을 통해 새 성장의 발판을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