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현장에서의 불법·부당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점검·단속뿐만 아니라 입법 절차를 거쳐 처벌도 강화한다.
21일 국토교통부는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관계부처는 국무조정실과 국토부 중심으로 공조해 불법행위를 수사·단속한다.
국토부는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현재 전체 438명이 월례비를 수취한 바 있고 이중 상위 20%(88명)가 평균 9500만 원을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수취한 1인은 총 2억2000만 원을 받았다.
경찰청은 고강도 단속 및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 이달 17일 기준 총 400건, 1648명을 수사해 63명을 송치(구속 20명)했고, 1535명에 대해 수사 중에 있다. 고용부는 다음 달부터 4월까지 건설현장 노사관계 불법행위 및 채용 강요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직권조사도 강화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은 조직 내 전담팀을 설치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부당이익 등을 환수한다. 특히 지난달 19일 건설 노조를 형사 고소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다음 달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도 추진한다. 공공발주 현장 실태조사도 분기별로 정례화한다.
원도급사와 감리자 등에게 불법행위 예방·근절을 위한 관리책임도 강화한다. 원도급사가 하도급사 피해에 대해 직접 민·형사상 조치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원도급사와 감리자에게 불법행위 신고 의무를 부여한다.
정부는 불법·부당행위 제재와 처벌을 위해 입법 등 보완조치도 병행한다.
먼저 채용 강요, 협박 등에 의한 노조 전임비 및 월례비 수취 등은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즉시 처벌한다. 기계장비로 공사현장을 점거하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하고, 위법한 쟁의 행위는 노동조합법을 적용해 즉시 처벌한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등 불법 금품수수에 관해서는 ‘국가기술자격법’상의 성실·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적용해 조종사의 면허를 정지하는 방안을 다음 달부터 즉시 시행한다. 불법행위 신고 활성화를 위해 최초 신고자에게는 신고포상금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불법하도급 조기경보 알람 시스템 개선 △공사대금 체불 방지 개선 △화장실, 휴게실 등 건설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등도 나선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대책이 조속히 시행되도록 점검·단속에 집중해 불법사항은 즉시 처벌하는 한편,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상반기 내 발의하고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며 “대책 발표 이후에도 건설현장의 동향을 주시해 추가적인 대책은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지방국토관리청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앞서 19일 원 장관은 국토부 공무원에 특사경을 부여해 건설현장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와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원 장관은 “특사경은 당장 특별단속에는 동원될 수 없고, 실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므로 앞으로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 마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월례비 미지급을 빌미로 일을 늦추거나 하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진다”며 “노조의 힘이 커 현실적으로 신고도 어려웠는데 이번 대책의 강력한 제재로 현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을 통해서 먼저 건설현장의 투명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건축물 품질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