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다 좋다?” 현대차 생산직에 ‘취업 시장’이 들썩이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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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제공/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제공/연합뉴스)
현대자동차(현대차)가 10년 만에 ‘정규 기술직(생산직)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 나섭니다. 내년까지 뽑기로 한 700명 중 400명에 대한 공개 채용 전형을 다음 달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채용 공고는 아직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취업 시장이 벌써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신의 직장’으로 취급받는 공공기관, 대기업에서 일하면서도 현대차 생산직 지원을 고민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죠. 생산직에 대한 인식이 박한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10만 명 쏠리는 공채…취업 시장 ‘후끈’

10년 만의 공개 채용 소식에 취업준비생(취준생)은 물론 직장인들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직장인 대상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현대차 생산직’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현대차 생산직 vs 지방직 공무원 6급’, ‘현대차 생산직 vs 7급 공무원’, ‘대기업 사무직 vs 현대차 생산직’처럼 여러 좋은 직장들과 현대차 생산직을 비교하는 게시글들이 여럿 올라왔죠. 해당 게시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을 통해 치열한 공방이 열렸습니다.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은 공무원, 공기업 등과 비교해도 생산직에 지원해보겠다는 댓글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경찰 10년 차인데 이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글까지 올라와 있었는데요. 현대차 생산직의 복리후생, 연봉, 공채 준비법 등을 묻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취준생들은 임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취준생들이 모인 포털 사이트 카페나 취업 커뮤니티 등에는 생산직 일정과 합격 비결에 대한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는데요. 이들을 겨냥한 현대차 생산직 공채 대비 수험서도 벌써 판매 중입니다. 카카오톡에도 ‘2023 상반기 현대자동차 생산직’ 관련 오픈 채팅방이 만들어졌습니다. 한 채팅방은 이미 오픈 채팅 최대 정원 1500명을 다 채웠습니다. 그러고도 수백 명이 모인 정보 공유 목적의 채팅방이 여럿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대자동차 생산직 채용 관련 게시글들(출처=‘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현대자동차 생산직 채용 관련 게시글들(출처=‘블라인드’ 캡처)
無스펙도 지원 가능? 연봉·복리후생에 관심

현대차 생산직 공채 소식이 취업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건 월등한 근로 조건 때문입니다. 현대차 생산직의 평균 연봉은 2021년 기준 9600만 원인데요. 전체 근로자 평균인 4042만 원의 약 2.4배에 달합니다. 초봉도 5000만~6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죠. 2021년 대졸자 평균 연봉이 3302만4000원인 걸 고려하면 높은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생산직의 근로 조건과 임금은 기아와 더불어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러 복리후생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점도 구직자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인데요. 현대차는 만 60세 정년을 보장하고 성과급 등 각종 수당을 지급하며, 현대차 구매 시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한 혜택을 제공합니다.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거나 퇴직 후에도 1년간 연장 계약 형태로 근무할 수 있는 ‘숙련 근로자 재고용 제도’ 등을 운영하는 점도 선호 요인으로 꼽히죠.

여기에 올해 신규 채용에서는 자격 조건을 거의 보지 않는 ‘무(無)스펙 채용’을 진행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데요. 2013년 채용 전형에서는 고졸, 전문대졸로 학력 요건이 정해져 있었지만, 올해 채용에서는 학력을 비롯해 연령, 성별 등에도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와 지원자가 더욱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서는 400명을 모집하는 이번 채용에 10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3년 경쟁률 100대 1에 달했던 생산직 공채 못지않게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죠. 현대차와 함께 올해 중 공채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기아는 앞서 2021년 5년 만에 생산직 공채를 진행했는데요. 당시 100여 명 모집에 5만 명 가까이 몰려 500대 1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취업 시장이 술렁이는 기세로 보아 이번 공채 경쟁률도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뉴시스)
▲(뉴시스)
드문 대기업·정규직 공채…‘블루칼라’ 인식 변화도 한 몫

무엇보다 이번 공채 소식은 취업 문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단비 같은 대기업 생산직의 채용 소식이어서 환영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생산과 수출이 감소해 정부는 제조업 분야에서 당분간 고용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2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발표 자료에 따르면 1월 제조업 취업자는 443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만5000명 감소했습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에서만 제조업 취업자가 7만 명 넘게 감소했죠.

대기업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업 채용 사이트 사람인HR연구소가 390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채용 규모를 설문 조사했는데요.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대기업에서 채용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47.8%로 나타났죠.

여러 직종에서 이직 얘기가 나오는 데는 ‘블루칼라’에 대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블루칼라는 제조업·건설업 등 생산 현장 노동자를 뜻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육체노동이 고되고 근로 여건이 열악하다는 인식 때문에 화이트칼라 직종보다 선호도가 낮았습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직종의 노동 여건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생산직 처우는 개선돼, 블루칼라 직종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모양새입니다.

현대차 또한 과거보다 노동 여건이 개선됐습니다. 현대차는 2013년부터 10+10교대 체제를 점진적으로 개정해왔는데요. 현재는 2조가 8시간씩 근무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직 1조는 오전 6시 45분 근무를 시작해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하고, 기술직 2조는 오후 3시 30분부터 일을 시작해 다음 날 12시 30분까지 근무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근로 체계 개편으로 ‘대낮 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여가를 즐기거나 건강을 챙기는 등 ‘워라밸’을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자신을 자동차 업계 현직자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똑같은 작업을 300~500번 서서 한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다”면서도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 중에선 근무 강도가 약한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동 환경 개선은 현대차만의 일은 아닙니다. 최근 생산직을 중심으로 4조 3교대를 4조 2교대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일일 근무 시간은 늘어나지만, 사흘 일하면 사흘을 쉴 수 있어 ‘워라밸’을 챙길 수 있다는 호평이 나오는데요. 이러한 상황의 영향으로 에쓰오일, 기아 등 생산직 공채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어, 앞으로도 대기업 생산직에 지원하는 구직자들이 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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