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는 단순한 농구 만화가 아니다. 수많은 명장면과 명대사에 심어 놓은 인생교본 같은 경구들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슬램덩크 승리학’이라는 책까지 출간되었다. 예를 들면, ‘노력은 올바르게’, ‘지금을 산다’ ‘분노를 컨트롤하라’ ‘포기는 최대의 적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승리로 가는 길’ 등으로 어찌 보면 평범한 얘기들이지만 승패가 명확한 스포츠 현장에서 청춘들이 뱉어내는 땀내 나는 한마디는 우리의 마음을 찌르는 뭔가가 담겨 있다.
강백호는 자신의 셀프 이미지(꼭 승리하리라는 자신감과 내면화)를 통해 자신을 쉼없이 단련한다. 산왕공고와의 승부에서 큰 부상을 당한 백호는 그만 쉬라는 감독의 만류를 뿌리친다. 모두의 우려에도 “난 지금입니다!”를 외치며 코트에 나선다. 얼핏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가 연상된다. 온갖 변명과 합리를 내세우며 현실의 어려움을 피해보려는 비겁보다는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지금 당장 이 곳에서 최선을 다하라며 다그친다.
1996년 연재가 끝난 ‘슬램덩크’는 무려 26년 만에 스크린으로 선을 보였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아 이전의 비슷하지만 실망감을 안겼던 다른 유사한 작품들과 격을 달리한다. 원작은 총 31권(한국 출판 기준)이지만 많은 에피소드는 걷어내고 단 한 경기 산왕전에 집중했다. 독자 입장에서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았고 그림의 퀄리티와 화질을 책임졌다는 점에서 더욱 관람 의지가 샘솟는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관객이 기뻐할 것”이라고 말하며 감독도 충분히 이번 작품에 만족하였다고 한다.만화의 생동감과 박진감을 잘 살렸고 항상 아쉬웠던 원작 만화 특유의 질감 표현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은 역시 일본이 애니메이션 강국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스포츠 만화의 매력을 이만큼이나 살리는 영화는 당분간 보기 어려울 듯하다.
슛이 부족한 강백호에게 안 선생은 슛 연습 2만 번을 제안한다. “2만으론 부족하지 않을까요?” 백호의 의욕과 열정을 배워보자.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