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둔화에 D램 재고 역대 최고치…삼성ㆍSK 1분기도 ‘흐림’

입력 2023-0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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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재고 12주 수준…정상 대비 3배 이상 쌓여
삼성 영업익 급락ㆍSK 적자폭 확대 1분기 ‘빨간불’
2분기 바닥 찍고 반등할까…업계 “쉽지 않을 듯”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출하량 부진으로 D램 재고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절벽으로 재고가 연이어 쌓이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실적 부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D램 업체들의 재고는 11~12주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정상 수준이 4주 내외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3배 이상 웃도는 재고가 쌓여있는 셈이다.

출하량 부진이 계속되면서 올 1분기 말에는 D램 재고가 15주 내외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공급초과율은 112.5%를 기록했다. 공급초과율은 시장 수요 대비 공급량을 백분위로 나타낸 수치로 숫자가 높을수록 공급이 넘친다는 의미다. 분기 기준 공급초과율이 110%를 초과한 것은 10여 년만이다.

이에 따라 국내 메모리 업체 실적 역시 불투명해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37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83%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SK하이닉스는 2조70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은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TV와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고 자산은 52조1878억 원으로 2021년 말(41조3844억 원)과 비교해 20%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50조 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수요 반등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 없어 재고 소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최도연 SK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에 재고가 감소하려면 전 분기 대비 20% 이상 출하량이 증가해야 한다”며 “쉽지 않은 가정이기에 D램 업체들의 재고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시황 악화가 길어지면서 메모리 업계는 설비투자(CAPEX)를 줄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50% 줄이고 웨이퍼 감산에 돌입했다. 업계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웨이퍼 투입량을 20% 축소해 인위적 감산을 시행 중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올 2분기 바닥을 기록한 뒤 반등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발현되면서 메모리 가격 급락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 업계는 메모리 주문 재개 시점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수요를 예측할 때 모바일이나 PC만 고려했는데 최근에는 서버나 AI 시장 확대 등 변수가 많아 업황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며 “하반기 시장 반등을 바라고는 있지만 결국은 고객사 주문량에 달린 만큼 사실상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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