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어지는 막장의 물결…막장 드라마도 ‘중꺾마’가 필요한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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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조선 ‘빨간풍선’)
▲(출처=TV조선 ‘빨간풍선’)
욕하면서 본다.
막장 드라마의 인기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점 찍고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 ‘아내의 유혹’, 초호화 주상복합 내 핏빛 암투를 그린 ‘펜트하우스’ 시리즈, 예측 불가의 부부극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시리즈 등에 이어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빨간풍선’이 막장 드라마의 맥을 이었는데요.

해를 거듭할 수록 발전(?)하는 막장 드라마답게 ‘빨간풍선’은 마지막화까지 시청자들에게 황당함을 안기며 막장 드라마의 새 장을 썼습니다. 시청자들의 원성도 자자했는데요. 막장 드라마는 방영될 때마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킵니다. 그렇지만 또 새로운 막장 드라마는 방영될 때마다 화제를 일으키며 인기몰이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시청자들은 왜 막장 드라마에 빠져드는 걸까요?

‘빨간풍선’ 불륜 미화하며 종영...시청률은 자체 최고

26일 종영된 ‘빨간풍선’에서는 ‘상간녀 소송’으로 날카롭게 대립하던 조은강(서지혜 분)과 한바다(홍수현 분)가 20년 우정을 되새기며 화해한 데 이어, 한바다와 이혼한 고차원(이상우 분)이 조은강과 다시 마주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방송에 기함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불륜 미화’인데요.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 고차원과 사랑에 빠진 한바다는 자신의 잘못을 참회, 조용한 어촌으로 떠나 기간제 교사로서 새 삶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는 조은강이 어촌을 찾은 고차원과 애틋하게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져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불륜이 애틋한 로맨스로 급변한 순간이었죠.

또 조은산(조유민 분)은 불륜 상대인 지남철(이성재 분)에게 이별을 고하던 중, 느닷없이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읊조리며 돌아서며 황당함을 남겼습니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두고 “내가 지금 뭘 들은 거냐”, “절절한 상황에서 저런 유행어가 나오니 너무 이질적이다”, “일부러 웃기려고 저런 대사 넣은 거 아니냐” 등 반응을 보이며 당혹스러워했죠.

이처럼 ‘막장’ 요소로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경악을 자아낸 ‘빨간풍선’. 그럼에도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11.6%(이하 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 분당 최고 시청률은 12.5%로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SBS NOW / SBS 공식 채널’·SBS ‘아내의 유혹’)
▲(출처=유튜브 채널 ‘SBS NOW / SBS 공식 채널’·SBS ‘아내의 유혹’)

자극적인 요소로 눈길 끌고, 권선징악 결말로 극 닫는다

먼저 ‘막장’은 마지막 장을 뜻하는 말로, 더 이상 나빠질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을 의미합니다. 즉 막장 드라마는 일반적인 상식이나 도덕 기준으로는 이해·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극적인 서사를 그리는 것인데요. 개연성 없는 이야기 흐름을 보여주는 드라마에도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통용됩니다.

막장 드라마를 분류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대체로 불륜, 출생의 비밀, 복수 등의 요소가 포함된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들의 극을 막장 드라마로 보는 경향입니다. 대표적으로 문영남(‘빨간풍선’, ‘오케이 광자매’, ‘왜그래 풍상씨’ 등), 김순옥(‘펜트하우스’ 시리즈, ‘내 딸 금사월’, ‘왔다 장보리’ 등), 임성한(‘결사곡’ 시리즈, ‘오로라 공주’, ‘인어 아가씨’ 등) 작가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들은 자극적인 소재와 서사로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드라마’를 선보입니다. 가족, 연인들의 갈등, 치정, 비밀과 복수, 연대,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을 건드리는 소재는 모두 삶의 요소고, 여기에 시청자들의 공감과 이해가 더해지면서 인기를 끌게 되죠. 악인은 몰락하며 벌 받고, 주인공은 가족과 연인 간의 사랑을 지키는 권선징악 결말, 그리고 악인이 참회하며 교화하는 등의 개과천선 결말도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같은 구조의 막장 드라마는 탄탄한 중장년층 시청자를 보유, 높은 시청률까지 기록해 ‘시청률 보증수표’로도 인식됩니다. 방송사가 숱한 비판에도 막장 드라마를 놓을 수 없는 이유기도 하죠.

인기를 끈 막장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도 단숨에 스타덤에 오릅니다. ‘인어 아가씨’로 인기를 얻은 배우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에서 구은재 역으로 열연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 37.5%를 이끌었는데요. 이후 중국에도 진출, 지금까지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5년 데뷔해 주·조연을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세희는 2021년 방영한 ‘신사와 아가씨’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박단단으로 분했는데요. ‘신사와 아가씨’는 자체 최고 시청률 38.2%를 기록하며 놀라운 기록을 써냈습니다. 주역으로 극을 이끈 이세희 역시 드라마 종영 이후 각종 예능과 광고를 꿰차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방영한 ‘진검승부’에서도 주연 신아라 역으로 분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습니다.

▲(출처=SBS ‘펜트하우스 3’)
▲(출처=SBS ‘펜트하우스 3’)

단순한 막장은 지겨워…막장 드라마도 참신함 보여줘야 성공

그러나 범람하는 정보와 콘텐츠 속에서, 시청자들은 단호한 소비자가 됐습니다. 단순히 작가와 출연진이 ‘스타’라고 해서 작품에 끝까지 충성하는 일은 없죠. 방영 초반 화제를 모은 드라마라고 해도, 조금만 진부해지거나 서사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면 금세 ‘중도 하차’를 선언하곤 합니다. 결국 같은 막장 드라마더라도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유지하기 위해선 기존과 다른, 그만의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로 지난해에는 서예지의 복귀작으로 눈길을 끈 ‘이브’가 방영됐는데요. 불륜, 복수, 선정성 등 다수의 막장 요로로 점철했음에도 ‘이브’의 시청률은 3~4%대를 오가며 고전을 거듭했습니다. 최종회에서는 4.5%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비슷한 시기 방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종회에서 17.5%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박수 속에 떠난 것과 비교한다면 씁쓸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막장극 ‘이브’는 외면받고, 힐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단순한 막장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강조됐죠.

‘펜트하우스’는 서울 강남 한복판의 초고층 호화 주상복합에 거주하는 부유층을 조명하고, 시대를 막론한 화두인 부동산과 교육 전쟁을 다뤘는데요. 시즌1에서는 28.8%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숨 쉴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전개, 고정되지 않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 이익만을 좇는 인물들의 적나라한 욕망 등은 높은 몰입감을 자아냈습니다.

‘펜트하우스’는 시즌2에서 시청률 29.2%를 기록하며 그 인기를 이어갔으나, 시즌3에서는 20%를 넘기지 못한 채 막을 내렸습니다. 특히 시즌3 최종회에서는 주인공 3명이 잇달아 사망하며, 전 시즌을 통틀어 주요 인물 6명이 죽는 전무후무한 엔딩을 보여줬습니다. 앞선 전개에선 배우들이 1인 2역, 1인 3역으로 변신했고, 사고사 이후 다시 ‘부활’하는 파격적인 설정을 보여준 바 있는데요. 이 같은 연출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급기야 “이젠 누가 죽어도 놀랍지 않다”는 자조 섞인 농담을 읊조렸죠. 반복되는 막장 요소가 결국엔 피로감을 자아낸 것입니다.

▲SBS ‘아내의 유혹’,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 포스터. (사진제공=SBS, TV조선)
▲SBS ‘아내의 유혹’,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3’ 포스터. (사진제공=SBS, TV조선)

문영남 이어 김순옥, 임성한 온다…막장 드라마 자존심 지킬까

3.7%로 출발한 ‘빨간풍선’은 최종회 11.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으나, ‘문영남 드라마’라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아쉬움이 다소 남습니다. 문영남 작가가 2021년 선보인 ‘오케이 광자매’는 최고 시청률 32.6%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왜그래 풍상씨’(2019)도 22.7%를, ‘우리 갑순이’(2016~2017)도 20.1%를 기록하며 크게 흥행했습니다. 무려 48.3%의 시청률을 기록한 ‘왕가네 식구들’(2013~2014)과 비교했을 때는 더욱 아쉬운 수치입니다.

‘빨간풍선’이 비교적 아쉬운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방영 채널이 종편이라는 점 등 작품 외적의 요소도 한계로 작용했을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진부한 서사, 엉성한 개과천선 결말, 익숙한 배우진 등이 지적됐습니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의 ‘매운맛’에 빠진 시청자들이 아쉬워하긴 이릅니다. 문영남 작가와 함께 한국 막장 드라마의 ‘3대장’으로 꼽히는 김순옥, 임성한 작가가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니까요.

다음 달 11일 첫 방송되는 tvN 새 주말드라마 ‘판도라: 조작된 낙원’은 김순옥 사단의 현지민 작가가 집필, 김순옥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복수극인데요. 김순옥·현지민 작가는 “권선징악으로 규명되는 흔한 복수극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드라마”라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적이 되고, 다시 같은 편이 되는 다양한 관계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들은 “그 안에서 생기는 갈등과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몰아치는 많은 사건 속에서 자신이 누군지 찾아가는 과정도 그려진다”며 “모든 예상이 빗나가게, 하지만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채워나가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놓칠 수 없는 재미”라고 귀띔하며 기대를 더했죠.

김순옥 작가는 올해 SBS 새 드라마 ‘7인의 탈출’로 ‘펜트하우스’에 이어 또 한 번 시즌제를 선보일 예정이기도 합니다. ‘7인의 탈출’은 수많은 거짓과 욕망이 뒤엉켜 사라진 한 소녀의 실종에 연루된 7인이 엄청난 사건에 휩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엄기준, 황정음, 이준, 이유비, 신은경, 윤종훈, 조윤희, 조재윤, 이덕화 등이 출연합니다. ‘황후의 품격’,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흥행시킨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이 다시 의기투합하며 기대를 더하는 ‘7인의 탈출’은 올해 9월 방송 예정입니다.

임성한 작가는 올해 6월 TV조선 드라마 ‘아씨 두리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목받은 ‘아씨 두리안’은 타임슬립 판타지 멜로를 다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명길, 박주미, 김민준, 전노민을 비롯해 윤혜영, 한다감 등 ‘임성한 사단’으로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문영남에 이어 나서는 김순옥, 임성한 작가는 안방극장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각종 막장 요소가 범람하는 지금, 스타 작가들의 ‘막장 드라마’일지라도 그 성공 여부는 극이 막을 내리고 나서야 단언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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