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한번쯤 살아볼 만한 세상은 언제쯤?

입력 2023-02-27 18:15 수정 2023-06-0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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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우리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준 책 한권이 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이다.

“노력이 배신하고, 인생에 사사건건 관리질하는 현실, 열심히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더는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는 청년세대의 한탄이 담겨 있다.

현실을 보자. 20, 30대 MZ세대도 나름 열심히 살고 있지만, 적어도 70, 80세대의 방식은 아닐 것이다. ‘어른’들의 훈계는 ‘개나 줘버려라’는 듯하다. 여기에는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기성세대의 위선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해도 불륜)’하는 뻔뻔함도 큰 역할을 했겠다.

이들에게는 묵묵히 일하는 것은 저세상 얘기다. 코인을 통해 한방을 터트리는 게 중요하고, 차곡차곡 미래를 설계하는 것보다는 부모 찬스가 더 윗길이라는 것을 체득했을 것이다.

맞다. 기성세대는 부의 대물림을 넘어서는 대안과 공생의 지혜를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도 그렇다.

출발선이 다르기에 ‘공정’‘노력’이란 말은 젊은 세대에게 잘 먹히지 않는다. 그만큼 절망과 상실감도 크다.

얼마 전 SK커뮤니케이션즈 시사 Poll 서비스 ‘네이트Q’가 성인남녀 9613명을 대상으로 ‘만약 당신이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9%(4,747명)가 ‘주식이나 비트코인, 로또 등 투자로 인생 역전을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2030 MZ세대는 각각 54%와 56%가 ‘과거 회귀 시 인생 한 방을 노릴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경제적 위치나 여건에 대한 상대적 상실감과 현실적 불만이 타 세대 대비 높다는 방증이다.

실제 코로나19사태 이후 부동산시장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시장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이들의 삶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단계보다 한 발 더 앞서 있다. 20, 30대 직장인은 물론 대학생들도 대거 재테크와 코인시장에 뛰어들었다. ‘영끌’로 재테크 종잣돈을 모으고, 재테크 관련 유튜버가 시대의 구루(guru·대가)처럼 됐다.

그런데 이 같은 능동적(?) 대처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20·30세대 ‘영끌족’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이들의 주요 투자 대상이던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어느 지역보다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는 -0.16%, 도봉구는 -0.36%, 강북구는 -0.38% 각각 하락했다.

장외시장도 MZ세대의 눈물로 넘쳐난다. 간편결제 플랫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 IPO를 미룬 케이뱅크와 컬리, 오아시스, 야놀자 등의 주가가 적게는 연초대비 30%, 많게는 70% 이상 하락했다. 비트코인,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 투자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테라·루나 사태,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 파산 등 가상자산 시장을 출렁이게 만드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이들도 많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울증을 겪는 10~30대 청년들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해, 자살예방 관계 일을 하는 사람들과 공무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우울증 환자 수는 91만785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79만6364명)과 비교해 14.3% 증가했다. 특히 20대·30대 우울증 환자 수가 31만878명에 달한다. 2018년보다 12만 명 가량 늘었다. 전체 비중도 2018년 25.5%에서 29.3%로 늘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엄빠’들의 돈과 인맥의 ‘능력’으로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고 증여로 ‘내 집’을 갖는 동안, 대다수 청년들은 공시(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대출로 학비를 대고, 최저 시급 아르바이트도 마다치 않는다. 계층 사다리를 넘어보려 애쓰다가 이제는 ‘개미’가 돼 자본주의의 떡고물을 얻으려 다른 ‘노력’을 마다치 않으려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년들이 ‘개미귀신’이 파놓은 ‘밥그릇(개미지옥)’에 하염없이 추락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말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안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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