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떠나자 금융펀드 10% 넘게 ‘털썩’…엉덩이 펀드 무색

입력 2023-03-0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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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펀드, 1개월 수익률 -9.90%

테마형 펀드 46개 중 최고 하락률

TIGER·KODEX은행증권 11%대↓

‘은행 공공재’ 발언에 상승분 반납

원·달러 환율 이번주 17.80원 급등

반등 기대도 제한적…당분간 불확실

좀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아 ‘엉덩이 펀드’로 불리던 금융펀드가 최근 저조한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호실적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공개 주주서한 발송으로 주가 부양 기대가 쏠렸으나, 원·달러 환율에 따른 외국인 이탈, 정부의 관치금융 발언 등 개별적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이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국내 금융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 평균은 마이너스(-) 9.90%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46개 테마형 펀드 중 가장 높은 하락률이다.

해외 금융펀드의 평균수익률이 같은 기간 -0.46%인 점을 고려하면 큰 폭 떨어진 셈이다. 연초 대비로 기간을 확대해보면 국내 금융펀드 수익률은 7.14%이다. 금융펀드가 1월 한 달간 강세를 보였으나, 2월 들어 손실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은행증권’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은행증권’ 두 종목의 손실률이 최근 1개월간 각각 -11.66%, -11.61%로 벤치마크인 코스피200(-2.65%)을 크게 밑돌았다.

두 펀드 모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한다. 최근 은행 업종이 약세를 보이면서 금융지주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금융펀드가 일제히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KODEX은행증권‘은 주식 비중을 줄이고 원화예금 비중(2.17%)을 높게 가져가면서 원화예금 비중이 0.39%에 그치는 ’TIGER은행증권‘(0.39%)보다 수익률을 소폭 방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펀드는 등락폭이 크지 않은데다 배당이익금도 높은 상품이다. 지난해 은행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배당 확대 기대감은 확대됐고,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부응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사주 소각 등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발언에 영향을 받으면서 올해 초부터 이어온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있다. 은행주에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외국인이다.

외국인투자자는 최근 2주간(2월 14~28일) 2680억 원어치의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매물을 쏟아냈다. 1월 한달간 6580억 원어치를 쓸어담은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28일 기준 이들 금융지주의 평균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69.58%로 70%에 육박한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도 연초 강세를 이끌어온 외국인 수급 공백의 요소다. 전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4원 내린 1322.6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이날로 3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오며 매도폭을 키웠다.이번주 환율은 17.80원 급등했다.

금융펀드의 단기 조정은 일단락됐지만, 당분간 은행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등 기대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은행 제도 개선 TF가 발표되는 6월까지는 금리산정체계 개편 등과 같은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실적 가시성도 현저히 약화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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