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마약스캔들' 유아인이 침묵하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3-02 15:48 수정 2023-03-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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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아인. (뉴시스)
▲배우 유아인. (뉴시스)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의 마약 스캔들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당초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으로 시작된 논란은 대마에 이어 코카인, 케타민으로까지 번졌습니다.

경찰은 지난달 5일 유아인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는데요. 소변 검사를 통해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고, 이후 체모 검사로 프로포폴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정밀 검사 결과에서 코카인, 케타민까지 줄줄이 검출된 사실이 어제(1일) 뒤늦게 알려진 것입니다. 이로써 유아인이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마약류는 총 4가지에 이릅니다.

코카인은 정부가 지정한 강력한 마약에 해당합니다. 중독성이 강해 헤로인, 필로폰과 함께 3대 마약으로 꼽힙니다.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케타민은 수면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오남용 우려가 심해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아인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소식이 알려지자, 소속사 UAA는 8일 공식 입장을 내고 “유아인은 최근 프로포폴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이와 관련한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는데요. 정작 혐의를 받는 당사자인 유아인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각종 사회 이슈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왔던 모습과는 상반돼, 그의 침묵은 더욱 눈길을 끕니다.

▲(출처=유아인 트위터, 인스타그램 캡처)
▲(출처=유아인 트위터, 인스타그램 캡처)

‘알약’ 이모티콘 게재하며 조롱하더니…마약 투약 혐의로 ‘부메랑’

그간 유아인은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독보적인 개성과 자유로운 이미지로 사랑받았습니다. 특히 그는 시원한 소신 발언으로 대중의 감탄도 자아냈습니다. 자신에 대한 악성 댓글을 게시하는 누리꾼들과 직접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동료들을 향한 비난에도 단호히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2021년 2월 유아인이 배우 정유미와 함께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받은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게재하자, 코미디언 박명수가 “축하 축하”라는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요. 한 누리꾼은 박명수의 댓글에 “박명수님, 아인 오빠가 라디오 한 번 나가드린 걸로 친한 척하는 거 별로예요”라며 “우리 아인이 오빠한테 친한 척하지 마세요, 라디오 한 번 나가준 것 가지고”라는 날 선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러자 유아인은 해당 누리꾼에게 “저는 님 같은 동생 둔 적 없소만…”이라고 일침을 가했고, 박명수에게는 하트 이모티콘을 달며 화답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누가 더 잘났는지 모르겠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더 모르겠다”며 “꺼진 생명을 무기로, 방패로, 소재로, 안주로, 걸림돌로 삼느라 꺼지지 않는 화면들. 통곡의 주인보다 더 시끄러운 X소리들. 입 X쳐. 쪽팔린 줄 알아야지. 마음 좀 써 제발”이라는 글을 게재했는데요. 이 글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건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읽힙니다. 유아인은 사고 당시 이태원을 방문했다는 루머에 휩싸이기도 했죠. 소속사는 ”유아인은 현재 해외 체류 중“이라며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유아인의 SNS 활동을 거론할 때, 이른바 ‘애호박 게이트’로 불리는 설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 누리꾼은 2017년 11월 유아인을 두고 “그냥 한 20m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친구로 지내려면 조금 힘들 것 같다. 막 냉장고를 열다가도 채소 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긋할 것 같다”고 적었는데요. 그러자 유아인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 (코 찡긋)”이라고 직접 답글을 남겼고, 이는 폭력성과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습니다.

유아인은 2018년 5월 BBC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대상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르고 재밌는 농담을 걸었던 건데, 그게 ‘여자를 애호박으로 때린다고?’, ‘여성 비하’ 이런 식으로까지 일이 번지는 걸 봤다”며 “일방적으로 어떤 사건을 억측과 오해로,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어떤 진영 사람들에게는 굳이 굴복하거나 사과하고 싶진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죠.

유아인은 이와 관련해 가수 연습생 출신 한서희(28) 씨와 젠더 이슈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말라고, 그냥 이거 드시라고 떡밥. 내일 또 삭제해드린다고, 그 분노 마음껏 태우시라고 다시 전해드리는 선물”이라는 글과 함께 ‘알약’ 이모티콘을 게재했습니다. 이는 한 씨가 빅뱅 멤버 탑(본명 최승현, 35)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을 비꼬기 위해 마약을 연상케 하는 알약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지난해 8월 넷플릭스 영화 ‘서울대작전’을 공개하며 열린 홍보 인터뷰에선 “책임에 의한 부담이 있다”며 주연 배우로서의 부담감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유아인은 “언제부턴가 그 부담이란 걸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히 불편한 부담이 아닌 ‘책임’이라는 것을 소화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이제는 기대에 대한 책임을, 내 나름의 재미로 여러분들에게 다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제가 해온 일들이 만든 성취로 인해서 ‘나를 좀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며 “‘나는 소중하니까’가 아니라, ‘배우 유아인’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여 성숙한 내면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들은 부메랑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직격타를 날린 모양샙니다.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믿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것은 물론, 차기작 및 광고 등 관련 업계에도 폐를 끼치게 됐으니까요.

▲(사진제공=무신사)
▲(사진제공=무신사)

광고·영화계 불똥…넷플릭스는 유아인 주연작만 ‘3편’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로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광고 모델과 매출이 직결되는 만큼, 그를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은 황급히 ‘유아인 지우기’에 나섰죠. 특히 유아인을 2021년부터 모델로 발탁한 패션 채널 무신사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가상인간 ‘무아인’(무신사+유아인)까지 만들어 독창적인 마케팅을 펼쳐왔습니다. 홈페이지뿐 아니라 TV와 SNS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내고, 지난해 하반기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개장한 오프라인 플래그십 ‘무신사 스탠다드 강남’ 입구에도 무아인 광고를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터진 후 무신사는 무아인 마케팅을 중단, 홈페이지를 비롯한 SNS, 오프라인 매장에서 유아인과 관련한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건강식품 브랜드 종근당건강 등도 유아인 관련 마케팅을 모두 중단했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여러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인데요. 일부 브랜드는 계약 해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유아인은 올해 영화 ‘승부’와 ‘종말의 바보’, ‘하이파이브’ 공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승부’는 이미 촬영을 다 마친 뒤 공개 시점을 조율 중이었고, ‘종말의 바보’도 촬영을 마친 후 후반 작업 중이었죠. ‘하이파이브’ 역시 후반 작업 중으로, 프로덕션 절차에 따라 개봉 시기를 논의할 계획이었습니다. ‘승부’와 ‘종말의 바보’는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데요. 올해 6월부터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2’ 촬영이 예정된 상황이었던 만큼 넷플릭스는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됐습니다.

배급사 등 작품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 과정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만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으로 시작한 논란이 마약 투약 의혹으로 번진 만큼, 작품 공개 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게 아닌지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들이 개봉한다고 하더라도 프로모션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며, 관객 역시 맘 편히 작품을 관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출처=MBC ‘나 혼자 산다’)
▲(출처=MBC ‘나 혼자 산다’)

과거 모습도 재조명…유아인, 경찰 조사에선 침묵 깰까

유아인의 마약 행각이 구체화하면서 과거 그가 마약 부작용을 보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떠올랐습니다. 유아인은 2020년 6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모습으로 팬들의 걱정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2021년 11월 진행된 ‘제41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 행사에서는 인터뷰 중 표정을 찡그리거나 어눌한 말투를 보이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서 유아인은 2016년 ‘박경림 토크콘서트3’에 게스트로 출연해 “평소 무대공포증이 있어 행사 전엔 청심환을 먹는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번 마약 투약 의혹으로 이 같은 장면들이 재조명된 것입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마약을 하면 약간의 제스처라든가, 반복되는 형태의 모습을 하는 ‘틱’이 있다”며 “경찰의 추정에 따라 (유아인이 마약을) 2년 동안 했고, 그사이에 저런 인터뷰를 했다면 (이미) 중독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짚었습니다.

유아인에게서 총 4가지의 마약류 성분이 검출되면서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경찰은 현재 유아인에게 프로포폴을 처방한 병원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인데요. 경찰이 파악한 유아인의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최근 2년간 100차례가 넘으며, 특히 2021년에만 73차례, 4400㎖의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유아인에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한편, 이달 안에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마약 투약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입니다.

논란이 불거진 뒤 소신 발언 대신 침묵을 택한 유아인. 그가 경찰 조사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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