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로 빠져나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한ㆍ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라고?

입력 2023-03-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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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블로그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과 평가'

(출처=한국은행 블로그)
(출처=한국은행 블로그)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지난해 12월~올해 1월 두 달간 대규모 순유출됐다. 채권자금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12월 -27억3000만 달러에 이어 올해 1월에는 -52억9000만 달러로 확대돼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해외 공공기관 투자여력 약화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차익거래유인 축소 △원화 강세 및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단기차익 실현 등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4일 한국은행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손승화 과장은 한은 공식 블로그에 올린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과 평가'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채권자금)은 주식투자자금과 함께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공급의 주요 원천이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은 국내 금융자산 가격과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시장참가자의 관심 대상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채권투자자는 투자대상국의 금리, 경제성장 전망 및 환율 기대, 차익거래유인, 글로벌 위험선호 정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해당국 채권투자를 결정한다.

먼저 손승화 과장은 한미 금리차 역전이 외국인 투자행태에 미친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손 과장은 "한미간 금리역전은 이미 작년 7월부터 발생했으며 그 격차가 최대 1.0∼1.25%포인트(p)에서 변화해 왔다"며 "이 기간중 채권자금이 일시 순유출되기도 했으나 민간자금을 중심으로 대체로 순유입됐고 12월 들어서야 유출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1999년 이후 한미간 금리 역전기에도 채권자금은 대체로 순유입된 바 있다"며 "더욱이 최근 채권자금 유출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공공부문인데 이들은 대체로 중장기 투자자로서 단기간의 금리차에 덜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한국은행 블로그)
(출처=한국은행 블로그)

최근 채권자금 유출에 대해선 "지난해 미 연준의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이 상당 규모 감소했으며 일부 국부펀드도 큰 폭의 손실을 기록했다"며 "해외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우리나라 채권투자 자금 일부를 회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 일부 공공기관은 연초 포트폴리오 조정과정에서 중국의 리오프닝 등을 반영해 국가별 투자비중 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어 "큰 폭의 국내 채권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과 원화가치 절상(미달러화 환전시 수익 증가)은 중도매각 성향이 높은 채권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도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다만 2월 들어서는 해외 공공기관 채권자금의 유출세가 꺾이고 민간기관 자금은 순유입으로 전환되면서 전체 채권자금 유출규모가 크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손 과장은 "해외 공공기관의 연초 포트폴리오 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가고 있으며, 차익거래유인이 다시 확대되면서 동 거래를 통한 수익을 추구하는 일부 공공 및 민간기관의 국내채권 투자가 재개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채권자금의 유출입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앞으로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국제금융시장 여건, 국내 금융·경제 상황, 투자자의 투자전략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글로벌 자금흐름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유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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