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은 사우디 북서부에 복합 스마트시티를 개발하는 총 사업비 1조 달러의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전체 면적은 서울의 44배이나 대부분은 자연 그대로 두고 5%만 개발할 계획이어서 지역개발 성격이 강하다. 네옴은 현재 계획상 4개 구역으로 나뉜다. 170km 길이에 높이 500m 고층건물을 200m 폭을 두고 2열로 건설해 주거·업무공간으로 활용하는 ‘더 라인’, 내륙 산악지대에 인공호수·스키장 등의 관광레저단지를 조성하는 ‘트로제나’, 홍해 연안 해상에 50여㎢ 규모의 복합산업단지를 개발하는 ‘옥사곤’, 아카바만 입구의 섬에 84㎢의 고급 레저휴양지를 건설하는 ‘신달라’가 그것이다. 하나하나가 기발한 아이디어라서 세간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이 사업은 2017년 10월 발표된 후 2020년까지 개념설계와 계획수립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2021년부터 본격 실행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지 정보에 따르면 아직도 구체성이 부족해 계속 보완하면서, 일부 구역은 터파기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당초 계획한 2030년까지 전체 사업이 완료되기는 어렵고 적어도 50년 이상 걸릴 거라는 의견도 있다.
작년 네옴 프로젝트가 국내에 자세히 알려지자 건설업체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인식되고, 증시에선 네옴 관련주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네옴 프로젝트가 발표된 시기에 그곳에서 대사를 지내서인지 필자에게 많은 문의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정부는 네옴 프로젝트에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성과를 묶어 ‘신중동 붐’으로 발전시키려는 듯하다. 취지는 좋다. 그런데 사전에 그 사업의 성격과 중동의 특성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현지 근무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이 프로젝트에 임하는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몇 가지 조언할까 한다.
첫째, 신중동 붐이 될 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네옴 프로젝트는 천문학적 비용의 조달방안, 일부 사업의 기술적·환경적 문제점, 개발수요 충족 여부 등 많은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당초 계획보다 훨씬 장기화되고, 앞으로 실행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크다. 또 당장 프로젝트에 참가하더라도 중동 특유의 느린 의사결정과 투명성 부족 등의 어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과거 우리 기업 중엔 초기에 프로젝트 수주에 급급하다 뒤에 대규모 적자 등 낭패를 본 사례가 있었다. 네옴 프로젝트에서는 철저히 검토해서 바람직한 참여방안을 정해야 한다.
둘째, 현재 상황이 1970~1980년대 중동 건설 붐 때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엔 우리 인건비·자재비가 쌌기 때문에 중동에서 단순시공(EPC) 일감을 많이 수주했고, 이에 따른 인력과 기자재 수출 등의 효과도 컸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비용경쟁력의 상실로 일반 EPC사업에서는 중국·인도 등 개도국 기업을 이길 수 없다. 설령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할지라도 채산성을 맞추려면 제3국 인력과 기자재를 써야 하므로 국내로 돌아오는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 이제는 개도국들에게 없는 기술과 기획력으로 차별화하고, 그들이 희망하는 제조업 투자와 연계하여 참여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건설 프로젝트 시각으로만 네옴 프로젝트를 접근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지에서는 한국기업에 기회가 있을 분야로 수처리·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수소 등을 추천하는데, 이들 비(非)건설 부문과 부가가치가 높은 건설프로젝트를 묶어서 진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네옴 프로젝트와 관련한 불확실한 정보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종종 외신에는 네옴 프로젝트가 끝까지 추진되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 의견이 보도되곤 한다. 그러나 젊은 왕세자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지휘하고 있고, 2029 동계아시안게임을 네옴에서 개최키로 확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시차는 있을지언정 도중에 중단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너무 이상적이지도, 너무 부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네옴’ 프로젝트는 우리에게 분명 좋은 기회요인인 것은 맞지만 위험과 불확실성 또한 크다. 부디 현지 특성과 우리 실정에 맞는 올바른 접근전략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신중동 붐’의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