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속 벗어나야” 쓴소리 담은 ‘정세현의 통찰’

입력 2023-03-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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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교보문고)
▲'정세현의 통찰' (교보문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 외교의 자국중심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나 통일 문제가 국가 목표에서 그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두 차례 통일부 수장을 맡았던 정세현 전 장관이 신간 ‘정세현의 통찰’로 현 정부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과 ‘한미동맹’이라는 정치 관계로 묶여 있지만 지리적 여건상 중국, 일본과 무역 관계를 뗄 수 없고 북한과는 땅까지 맞대고 있는 복잡한 위치에서 모든 패를 놓지 않는 다각적인 외교로 접근해야 국익에 우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쓴소리가 담겼다.

정세현 전 장관은 1977년 국토통일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3~1996년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 정부에서 첫 통일부 장관을 맡아 이어지는 노무현 정부까지 직을 이어갔다. 이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등을 거치면서 50여년간 국제정치와 남북관계에 천착했다.

그는 “국제 무대는 조폭과도 같고, 주종관계가 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하면서 힘센 나라가 언제든지 자기 이익 앞에서 말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고 외교에 나서면 마냥 끌려다니는 형세가 된다고 지적한다. ‘정세현의 통찰’은 지난달 출간 후 예스24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YS 당시 미국, “북한 경수로 짓는 비용 70% 내라”

책에서는 김영삼 정부 당시였던 1993년의 일화를 하나의 사례로 든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하자 놀란 미국이 그해 제네바에서 북과의 접촉을 시작했는데, 정작 핵 활동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당사국이 될 수 있는 우리나라는 회담에 끼워주지도 않고 경제적 비용만 부과했다는 얘기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은 “우리가 핵 카드를 들고나온 이유는 미국과의 수교를 위해서인데 아무런 결정권이 없는 남한이 남조선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했고, 미국은 “북한이 그렇게 나오니까 슬그머니 회담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자세히 브리핑해줄 테니까 그리 알고 결과를 기다리라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결국 미국은 북한에게 영변 핵시설단지 활동을 중단을 조건으로 지어주기로 한 200만kw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비용 70%를 떠넘겼는데, 당시 ‘북한붕괴론’을 이야기하던 YS의 입장을 역이용했다고 한다.

“당신이 김일성이 죽으니까 북한 곧 망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았나. 북한이 망하면 당신네 발전소 되는데 당연히 돈 내야지.”

정 전 장관은 ‘햇볓정책’을 밀어붙이던 DJ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언급했던 부시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한 시간가량 설득해 ‘대화’나 ‘인도적 지원’이라는 정반대의 표현을 끌어낸 등의 사례를 들어 ‘국익’과 ‘외교 주도권’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북한과 관계 끊으면 도리어 우리가 ‘패싱’... 미국 종속 벗어나야

책에서 이명박 정부 때 6자 회담에 나가지 않고 북한과 관계를 끊다시피 한 건 패착이라고 짚는다. 그렇게 되면 북의 군사적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서 미국 무기를 사는 등 한 나라에 의존하는 형식이 돼 충분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한테 직접 얘기해봐야 또 미국한테 물어볼 테니까 아예 미국한테 바로 얘기해야지, 한국과 직접 얘기할 필요 없어. 이렇게 패싱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는 입장이 나왔다면서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이 시작된 것임을 지적한다.

“북한은 대외경제의존도가 10% 미만에 불과해 경제적 압박으로 굴복하리라는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미국은 국력이 쇠퇴하고 있고 중국은 상승기에 들어섰다”고 이유를 들며 상대 국가가 좋든 싫든 국익을 위해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접근하라고 권유한다.

정 전 장관은 책 말미 일부 한국 사람들에게 “(강대국을) 모시는 버릇”과 “머릿속 대미 종속성”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는 정치지도자가 자국 중심의 외교를 주도하고 지배계급, 기득권층, 중산층 등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이 그것을 깨우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자는데 동의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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