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부문의 개혁을 주문했다.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으므로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금융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은행의 경쟁부족과 과점문제, 과도한 수익과 이자장사 그리고 성과급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서민금융 지원에 노력해왔던 은행권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코로나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운 가운데 지난해 소위 4대 금융지주의 총영업이익이 48조 원에 달하고 그중 이자이익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앞으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금융부문 개혁 문제의 진단과 처방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스럽다. 은행이 과연 공공재냐는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이것이 금융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체계로 귀결되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진단과 더불어 시대전환의 흐름에 부합하는 중장기적인 전략 아래에서 정책 추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 금융산업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앞서 언급한 과점 논란은 금융서비스 공급자의 신규 시장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규제체계와 관련 있다. 2016년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고 약 20년간 신규 설립허가는 없었다. 스몰라이센스 등 다양한 형태의 진입장벽 낮추기가 논의되는 이유이다. 특히 전반적인 디지털화를 비롯해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달라진 기술환경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환경은행이나 기후금융 등 기후위기와 에너지 대전환을 대비한 글로벌 금융산업의 혁신을 고려하면 이제 규제체계를 다시 짜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2023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중점 추진할 정책과제들을 발표했다. 발표자료는 ‘흔들림 없는 금융안정, 내일을 여는 금융산업’이라는 모토로 모두 12개의 핵심과제를 포함하고 있는데 금융안정, 금융지원, 금융산업 선진화의 영역으로 나누어 수립되었다. 정책과제에는 거시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와 준비들,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정책, 그리고 금융산업 육성, 특히 업종 간 장벽을 허무는 혁신금융 및 빅테크에 대한 규제정비, 금융과 비금융 융·복합 신상품·서비스 출현 유도, 그리고 핀테크 등 금융분야 신산업 육성정책 등이 망라되었다. 금융산업 발전의 한 축인 금융소비자 관련 정책도 포함되었는데 금융분쟁조직위원회 및 금융회사 제재심의위원회의 위원구성·운영방식 개편, 금융소비자법상 소비자보호 규제의 전 상호금융업권 확대 등이 그것이다.
규제를 규제하고 전환을 선도하라
하지만 문제는 현행 금융규제 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사전적 업무규제가 많고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으며 그 자의성으로 인해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원화된 체계도 기형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더 이상 개혁동력을 찾아볼 수 없다. 금융소비자 보호정책과 금융감독 관련 공무원들의 이해상충 및 각종 비위 등에 대한 비판은 뼈아프다.
금융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노조의 기득권을 무너뜨리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시대전환을 위한 금융규제체계의 변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 금융감독체계에 대한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금융규제당국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회복하고 적극적으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을 주도해나가야 한다.
금융정책과 관련된 또 하나의 문제점은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글로벌 금융산업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또한 그린워싱 등의 비판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비단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은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선도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이런 의지는 희박해 보인다. 2023년도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금융당국이 기후금융의 활성화를 어떻게 촉진할 것인지,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금융산업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진입사업자에 대한 고려에도 이런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디지털화와 더불어 중요한 대전환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금융권이 선도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 대중적인 담론으로 이어진 금융권 개혁이 일회적이거나 피상적이고 현실안주에 그친 개선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비전 속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