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정면돌파, 차기 대표에 윤경림 결정…정부·정치권과 충돌

입력 2023-03-07 18:21 수정 2023-03-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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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까지 정부와 여권의 압박 거셀 듯
윤 사장, LG데이콤, CJ, 현대차 거친 융합 인재
CJ와 콘텐츠·미디어, 현대차와 모빌리티 제휴 이끌어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진제공=KT)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진제공=KT)

KT이사회가 정치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구현모 대표이사의 뒤를 이어 디지코 KT를 이끌 새 수장 후보로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낙점했다. 여권이 ‘이익 카르텔’이라며 대표이사 선임 과정을 비판하고 나선 것에 대해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앞으로 정기 주주총회까지 남은기간 정부와 여권의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의견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이사회는 7일 오후 차기 대표이사 후보 4인에 대한 면접심사를 진행한 결과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 사장은 LG데이콤, 하나로텔레콤을 거쳐 2006년 KT 신사업추진본부장(상무)로 합류했다.

2014년 황창규 전 회장시절 다시 KT 미래융합전략실장(전무)로 복귀해 CEO 직속 미래융합추진실장, 글로벌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부사장)을 역임하다 2022년 다시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으로 복귀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가 결정됐지만 정치권 입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압박을 등에 업은 국민연금이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경영 공백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윤 사장은 KT 차기대표 숏리스트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은 인물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등은 지난 2일 윤 사장이 현재 대표 선임 업무를 하고 있는 이사회의 현직 멤버로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이라며 거세게 비판한 바 있다. 출마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후보군에 넣어 그들만의 이익카르텔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구 대표의 업무상 배임 의혹과 관련이 있는 당시 현대차 부사장으로 ‘지급보증’ 성사의 공을 인정받아 KT 사장으로 합류했다는 구설수도 받고 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다. 29일 또는 31일 주주총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을 두고 표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KT측은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은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총에서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칼자루를 쥔 상태로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힐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지분이 높아 입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신한은행이나 현대자동차까지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올해 초부터 진행해온 기조를 보면 자칫 대표 선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렇게 될 경우 대표이사 부재로 인한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정치권의 압박도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마무리발언을 통해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국민을 위해 이권 카르텔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인사가 아닌 KT 내부인사가 최종후보에 오른 것에 대한 압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낙마한 것에 대한 압박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KT의 주가 하락에 손해를 본 소액주주가 참여하는 것이 남아있는 변수다. KT소액주주들은 최근 온라인 카페를 통해 ‘KT주주모임’ 카페를 개설하고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KT 주식을 공개하며 정치적 외풍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KT주주모임 카페에는 현재 400여명이 가입돼 있는 상태인데, 개설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총 직전까지는 약 1000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지난해 12월부터 정치권의 과도한 인사 개입으로 인해 경영이 올스톱 된 상태다. 지난해 말 진행됐어야 할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등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아 올해 상반기 사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직이 어떻게 변화될지 정해지지 않아 1분기를 허투루 날렸다며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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