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납부한 세금에 비해 정부로부터 받는 서비스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탈세 등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나 처벌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57회 납세자의 날'을 맞아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한국인의 납세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세연은 세원 파악 및 세수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국민들의 납세의식 수준을 점검하고, 납세순응 행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1월 5일부터 2월 2일까지 약 한 달간 국민 2400명을 대상으로 납세의식 조사를 시행했다.
우선, 납부한 세금 대비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 수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63.9%는 정부로부터 혜택을 적게 받았다고 응답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은 낸 세금에 비해 정부의 공공 서비스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이다. 혜택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5.6%에 불과했고, 30.5%는 납부한 세금과 유사한 수준으로 정부의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주로 소득이 낮을수록 혜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세연은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납부하는 세금에 대한 명시적인 대가를 정부에 요구할 수는 없으나, 국가로부터 양질의 공공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재정지출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재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면 기꺼이 세금을 납부하려는 의지가 상승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응답자의 66.3%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86.8%로 가장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세금 납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사회적 지탄이나 처벌이 충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75.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각종 세금을 납부할 때 드는 생각으로는 '국민의 기본 의무이기에 전부 낸다'는 응답이 42.0%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응답도 37.2%에 달했다. 이어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내고 싶지 않다'(11.0%), '탈세는 범죄이고 처벌받을 수 있기에 전부 낸다'(9.9%) 등이 뒤를 이었다. 연평균 소득이 낮을수록 '국민의 기본의무이기에 전부 낸다'는 응답이 높았고, 소득이 높을수록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서 내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적발될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 세금 납부를 회피할 의향에 대해선 응답자의 28.7%가 '회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30.8%)이 여성(26.5%)보다 세금납부 회피에 대한 응답이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40대(32.3%)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사업주·자영업자 중 42.6%는 '회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연평균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납부 회피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탈세하는 사람들이 과세관청에 발각될 가능성에 대해선 '낮다'는 응답이 70.0%에 달했다. 소득 미신고 적발 시 벌금이나 형사 처벌 수준에 대해서는 '낮다'는 응답이 49.7%로, '높은 수준'(21.9%)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두 배 이상이었다. 교육수준별로는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소득 미신고 적발 시의 처벌 수준이 낮은 수준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세금을 정직하게 납부하지 않는 납세자들에 대한 대응이 엄격한지에 대해선 전체의 53.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