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흔들’ 국민연금 수책위, 3월 의결권 행사도 오리무중…다음주 예정 주총만 9건

입력 2023-03-09 14:43 수정 2023-03-0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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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기준 국민연금 주식 대량 보유 기업 106개
한국전력기술 이미 주총 열어…다음주 삼성SDS, 호텔신라 등 예정
수책위 구성진에 복지부 추천 전문가 3명 추가…정부 입김 우려 커져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주식 보유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이미 시작됐지만 의결권 행사를 논의할 구성원 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수탁자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스튜어드십코드 역할을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국민연금 5% 이상 지분 확보 상장사 주총은 이미 시작…“신뢰 회복 중요한 시점”

9일 본지가 작년 4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주식 대량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총회 일정을 확인한 결과 한국전력기술(지분율 6.46%, 작년 12월 8일 기준)는 이미 지난 9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장 다음주에는 삼성SDS(15일), 효성화학·호텔신라·삼성생명(이상 16일), 아모레퍼시픽·대한유화·현대해상·아세아제지·아모레퍼시픽그룹(이상 17일)이 주주총회를 연다.

이들 기업은 작년 12월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기업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유형에 따라 공시 기준이 정해져 있다. 유형별 공시 기준을 보면 △단순투자, 분기 익월 10일 이내 △일반투자, 변동월 익월 10일 이내 △경영참여, 5일 이내 등이다. 이외에 투자목적 변경 시에는 5일 이내 즉시 보고해야 한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06개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주주권 및 의결권 행사와 책임투자 관련 주요 사안을 검토·결정하고자 구성됐다. 이사·감사 선임 및 보수한도, 분할·합병·영업양수도 등 주요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를 밝히는 역할이다. 최근 3년(2020~2022년)간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총수는 평균 784회, 행사 안건 수는 평균 3181건으로 집계됐다. 찬성 안건수는 평균 2636건, 반대 안건수는 532건이다.

수책위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곤란해 수책위에 요청하거나 수책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회부를 요청할 경우 수책위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수책위 전문가 구성 논란으로 정작 전문위원회 본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수책위는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안건을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다. 2월부터 이미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의 리스크들을 검토한다. 주총 공시가 게재되면 바로 살펴볼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주총 공시 안건을 보고 바로 수책위로 회부하는 ‘콜업’ 안건은 연간 20여건, 투자위원회를 거쳐서 수책위가 검토하는 안건은 연간 60여건으로 알려졌다.

수책위에서 활동했던 관계자는 “예를 들어 기업의 ESG 문제가 있으니까 이에 대해서 판단해 줄 부분을 미리 준비하자는 의견을 조율하고, 이미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어야 한다”며 “3월 이맘쯤이면 벌써 5~6회 이상 수책위를 열었어야 하는데 위원 구성 변경 때문에 수책위 활동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수익률보다 가입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이라고 우려했다.

삼성물산 합병 사태 이후 사법리스크 신중한다지만…수책위 구성 변경 논란 여전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수책위 구성안을 변경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금위는 지난 7일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수책위의 가입자 단체 추천을 기존 9명(상근 3명, 비상근 6명)에서 6명(상근 3명, 비상근 3명)으로 조정하고, 나머지 3명(비상근)은 복지부가 관계 전문가 단체로부터 추천을 받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자산운용·금융·ESG 분야 등의 전문가들이 위원회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등의 추천을 받을 방침이다.

이에 복지부가 추천받는 3명은 결국 정부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에 높다는 우려가 있는 반면, 과거 삼성물산 합병건 당시 의결권 행사를 두고 법적 조치가 있었던 만큼 수책위 위원이 된다고 해도 무조건 정부 입장을 대변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금위 A위원은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정부에서 추천 받은 3명이 어쨌든 정부 입장을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3명이 뜻을 함께 한다면 경우 독립성 부분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금위 산하 전문위에 참석하는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논란 당시 수책위 외압 문제가 불거졌고, 사법조치가 이뤄진 부분도 있었다”면서 “특정 이익을 위해서 국민(수익자) 이익에 반하거나 특정 정치권의 요청을 받아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정부 입김 여지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금위 산하 다른 전문위원회는 기금위 위원 3명, 관계 전문가 3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수책위는 관계전문가 6명으로 돼 있다”며 “수책위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수책위를 운영해보니 전문성보다 대표성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서 고민 끝에 수책위 구성 변경안을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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