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붐 꺾인다…석유 시장 ‘왕좌’ 반납하나

입력 2023-03-09 14:45 수정 2023-03-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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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량,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못해
기업, 실적 부진 악몽·친환경 압박에 투자 소극적
“OPEC, 다시 세계 시장 주도권 잡을 것”

▲에너지 회사 직원이 미국 텍사스주의 한 석유 시추장 앞을 지나고 있다. 텍사스/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 회사 직원이 미국 텍사스주의 한 석유 시추장 앞을 지나고 있다. 텍사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만들었던 ‘셰일 호황기’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에 올려놨던 셰일 붐이 정점을 찍고 내려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셰일유가 나오는 주요 유정들이 말라가고 있다. ‘셰일 혁명’의 주역인 미국 노스다코타주 바켄 유전은 활동 광구가 10년 새 200여 개에서 39개로 급감했다. 미국 최대 셰일유 생산지인 퍼미언 분지 역시 최근 주요 유정들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시추 횟수도 감소하고 있다. 리서치 업체 플로우파트너스에 따르면 퍼미언 분지 내 델라웨어주 구역에서는 상위 10%의 우량 유정의 지난해 산유량이 2017년보다 평균 15% 적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산유량 증가세는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산유량은 10년 전의 하루 평균 약 720만 배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약 1300만 배럴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1190만 배럴로 줄었다. 지난해 산유량 증가 폭은 최전성기에 해당하는 2017~19년 연평균의 3분의 1에 그쳐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셰일 유정을 새롭게 시추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석유업체들이 수익 창출에 대한 투자자 압박으로 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 실적 부진 경험을 겪은 뒤 추가 지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친환경 정책도 그간 셰일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셰일 붐이 꺾이고 있다는 징후는 금융권과 산업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월가는 셰일 광구에 대한 적극적 재투자 대신 주주환원을 촉구하고 있다. 계속되는 압박에 기업들은 인수·합병(M&A) 등 업계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셰일 산업의 대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글로벌 원유시장 패권이 다시 중동으로 돌아갈 판이다. 라이언 랜스 코노코필립스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이 1970~1980년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조만간 세계에 미국보다 더 많은 원유를 공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오니어내추럴리소스의 스콧 셰필드 CEO도 “미국의 원유 생산은 예전처럼 큰 성장 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셰일의 부진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석유 시장이 중동산 원유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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