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겨냥...EU “우리도 미국만큼 친환경 산업 보조금 준다”

입력 2023-03-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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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으로 미국 등 EU 역외와 맞춘 혜택 제공하기로
“‘보조금 경쟁 지양’ EU 정책 기조 스스로 깼다“ 지적
납세자 부담만 커진다는 우려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에 EU 국기가 보인다. 브뤼셀/EPA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에 EU 국기가 보인다. 브뤼셀/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보조금 지급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법(IRA)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맞선 조치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말까지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배터리, 태양광 패널, 탄소 포집·이용 기술 등 핵심 청정 기술 관련 기업이 유럽에서 투자를 지속하도록 수십억 유로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매칭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 'EU 역외로 투자를 전환할 위험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해당 기업이 제3국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보조금 지급이나 세금 감면 혜택을 EU 회원국이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27개 회원국의 형평성을 위해 기업들이 '매칭 보조금 제도'를 신청 시 상대적으로 덜 부유한 지역이나, 상대적으로 개발도상 지역인 3개 회원국 그룹도 포함돼야 한다. 자칫 독일이나 프랑스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회원국에 신청이 몰려 다른 회원국들이 피해 볼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해당 제도는 2025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며 일부 보조금 지금 정책은 이보다 더 오랜 기간 운영될 수 있다.

그간 EU는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해 36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의 패키지가 담긴 미국 IRA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해왔다. 미국이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명분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하자 기존에 EU 역내에 있던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이 역내를 빠져나가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실제로 이번 주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은 유럽에 배터리 공장 건설하는 계획을 보류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자극했다. 폭스바겐은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100억 유로 상당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며 이와 관련해 EU 측의 대응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EU가 미국의 IRA 세제 혜택에 맞대응하기 위해 보조금 경쟁을 피한다는 오랜 정책 기조에서 이탈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U 체제는 지난 60년간 회원국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보조금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이에 각 회원국이 불공정 경쟁 방지 차원에서 자국에 진출한 기업에 보조금을 주기 전에 반드시 EU 승인을 받도록 해왔는데, 이번에 이러한 보조금 빗장을 풀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조금 지급 정책이 '일시적'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EU 역내 시민들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FT에 "이것은 아무도 원하지 않은 보조금 경쟁"이라면서 "단기적으로 기업들은 누가 더 나은 조건을 줄 수 있는지를 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인센티브를 취하게 될 것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부담은 납세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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