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보름 새 서울과 부산 등에 위치한 4곳의 은행을 찾아 ‘상생 경영’을 주문하면서 본격적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이 원장은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맡은 중요한 역할이 많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추가 은행권 방문이 예고돼 있는 만큼 그의 ‘상생 주문’에 출마 및 입각설은 더욱 꼬리를 물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달과 내달 초 신한은행과 대구은행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 원장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상생경영 확대를 위한 현장 간담회 차원이다.
이 원장은 최근 보름 간 4곳의 은행을 찾았다. 이 원장이 방문할 때마다 은행들은 선물 보따리를 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상생경연대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하나은행은 이 원장 방문에 맞춰 ‘햇살론15’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 잔액의 1% 상당하는 금액을 캐시백 해주겠다는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카카오뱅크에서 핀테크 기업과 금융혁신을 주제로 간담회도 했다.
지난 8일엔 부산까지 직접 내려갔다. BNK부산은행은 이 원장을 맞이한 날 지역내 취약계층 소상공인과 상생 위해 1조6299억 원 규모의 따뜻한 금융지원 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지역 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를 1.0%포인트(p) 내리고, 다른 대출상품 금리도 0.8%p 떨어뜨리기로 약속했다.
이 원장은 다음날 인 9일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소상공인, 개인 차주 등과 상행금융 확대를 위한 현장 간담회도 열었다. KB국민은행은 이날 1000억 원 이자를 깎아주겠다는 상생경영 대책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까지 전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0.3~0.5%p 인하한다. 이달 중에는 저신용 취약차주의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제2금융권 대출 전환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을 5000억 원 규모로 출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광폭행보에 출마 등 정치권으로 가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사 출신인 이 원장은 윤석열 사단 막내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 와 ‘이자장사’ 발언 이후 앞장서서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는 것이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 원장의 행보가 워낙 전국구라 출마나, 입각 등 정치권에 관심이 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상생경영 확대를 위한 이 원장의 행보에 은행권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급 기관장인 금융위원장 보다 금감원장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라며 “공공의 적이 된 상황에서 이 원장의 방문이 청구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 원장은 오는 7월 퇴임 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7월 퇴임설’에 대해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맡은 중요한 역할이 많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원장은 “최소한 연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력을 해도 될 듯 말 듯 한 이슈이고, 감독기구 수장으로서 감독원장은 거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