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한형 전세대출 나온다는데…은행 “실효성 부족”

입력 2023-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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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3-1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당국 검토에 시장선 실효성 의문 제기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연간 금리 상승폭을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전세자금대출’ 출시를 앞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은행권에서 해당 상품을 취급할 요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정작 은행이 취급하지 않거나 수요가 많지 않을 경우,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다양한 금리구조의 전세대출 출시 방법에 대해 은행들과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 고정금리형과 금리상한형 전세대출이 거론된다. 이 두 전세대출은 고금리 시대 전세자금 대출 차주의 이자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의 일환이다.

이중 고정금리형 전세자금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1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금리상한형은 아직 ‘검토 중’에 있다. 주금공 관계자는 “금리상한형 전세대출은 검토한 바 있지만, 현재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상품 출시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최근 전세대출 금리와 연동되는 시장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무보증·AAA) 2년물 금리는 올해 1월 4.448%에서 2월 3.569%로 낮아졌다가 이달 9일 기준 4.182%로 올랐다. 국내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고, 앞으로 미국의 통화 긴축 강도가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상한형은 대출 기간 금리가 달라지지 않는 고정형과 달리 변동금리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특약을 추가하는 형태다. 금리 상승 폭을 제한해 금리 상승 시기에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원회에서 2021년 7월 재출시한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p) 및 5년간 2%p 이내로 제한해 기존에 변동금리를 이용하고 있던 차주가 금리상승 위험에 대응할 수 있게 했다. 금리상한형 전세대출 역시 기존 금리상한형 주담대와 유사한 구조로 설계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은행들이 해당 형태의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시중은행은 “전세는 만기가 짧다 보니 실효성 문제 때문에 (해당 상품 관련) 논의가 지속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간 은행권에서는 전세자금대출을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 또는 금리상한형으로 취급하는 사례 자체가 별로 없었다. 주담대에 비해 수요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월세 대출의 경우 통상 만기가 2년으로, 주담대에 비해 기간이 짧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하다. 상환 시점에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에 노출될 수는 있지만, 금리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 대출금리 상단이 8%일거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도, 변동금리가 조금 더 싸다는 이유로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차주가 많았다”며 “결국 고정형이나 금리상한형이 나오더라도 특히 만기가 짧은 전세대출은 차주의 선택을 못 받을 게 뻔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굳이 출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변동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는 점도 은행권에서 취급할 메리트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한창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되는 시기에는 금리 상한형의 니즈가 있는데, 지금은 고정형 주담대도 판매세가 둔화된 상황”이라며 “금리가 저렴한 시기에 고정금리나 금리상한형으로 상품이 나가면, 금리 오름세에 대응을 못하니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은행에서 고정금리형 전세자금대출을 출시한 것은) 기준금리가 1년 만에 폭등하는 특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정금리 수요에 응답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정금리형과 비슷한 취지의 상품인 만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지수가 높고 금융채가 많이 낮을 때 특판의 개념으로 (고정금리형을) 내놨다”며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고정금리형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상한형을 도입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세 세입자의 이자 부담 커지는 것을 완화하는 고정금리, 금리상한형 전세대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고정금리·금리상한형 전세대출 상품 도입을 통해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에 있어서도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에 있어서도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관행이 형성되면, 전체적으로 금리부담을 낮출 수 있는 금리 체계가 다른 부분(대출)에도 확산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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