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파문 ‘제2의 리먼 사태’ 일어나나…“48시간 내 위기 멈추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어”

입력 2023-03-12 16:23 수정 2023-03-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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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크먼 “대형은행, SVB 인수 또는 정부가 예금 전액 보장해야”
삭스 “파월과 옐런 어디 갔나?”
서머스 “공격적으로 나서야…도덕적 해이 논할 때 아냐”
SVB 예금 93% 보험 보상 안돼
연준 기금 조성·금리 소폭 인상 가능성도 대두

기술기업들의 ‘돈줄’ 역할로 미국 실리콘밸리 생태계 핵심을 담당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전 세계가 ‘제2의 리먼브러더스 붕괴 사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월가와 실리콘밸리 투자 거물들은 일제히 당국의 비상대응을 촉구하면서 지금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11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올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미국 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바로잡을 시간이 48시간 밖에 없다”며 “JP모건체이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13일 증시 개장 전 SVB를 인수하지 않거나 정부가 SVB의 모든 예금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SIB)’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모든 무보험 예금이 인출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러한 인출은 지역사회와 주변 은행의 유동성을 고갈시키고 주요 기관을 파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통화감독청(OCC)의 업무 실패로 인해 미국에서 가장 잠재력 높은 기업 1000곳이 무너지고 재능 있는 젊은 세대가 일자리를 잃게 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명 벤처투자가인 데이비드 삭스 크래프트벤처스 설립자는 다른 은행들이 SVB 자산을 매입하도록 연방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파월은 어디에 있나? 옐런은 어딨나?”라며 “지금 이 위기를 멈추라. 모든 예금자가 안전할 것이라고 발표하라”고 말했다. 이어 “상위 4개 은행에 SVB 예금을 배치하라”며 “13일 개장 전까지 이걸 하지 않으면 이 위기는 전염병이 돼 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규제 당국이 SVB 파산을 순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 혁신 부문에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 주 급여를 충당하기 위해 SVB 예금을 사용하려던 신생기업이 수십 곳”이라며 “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우리의 혁신 시스템에 상당히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규제 당국이 문제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오길 희망한다”며 “지금은 도덕적 해이나 교훈에 관해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요 경제 부문의 붕괴로 인한 부수적인 결과를 추가하지 않아도 우린 충분한 부담과 도전을 겪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VB를 관리하게 된 FDIC는 현재 최대 25만 달러(약 3억3075만 원)의 은행예금만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SVB에 예치된 돈 대부분이 보험에 적용돼 있지 않아 온전히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미보장 비율은 무려 93%에 달한다.

당국도 긴급히 행동에 나섰다. 옐런 장관은 전날 금융당국 회의를 소집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옐런 장관은 규제 당국이 이 문제에 대응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데 전적인 신뢰를 표했다”며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탄력적이고 당국은 이런 유형의 사건을 해결할 효과적인 도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FDIC가 예금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일부 자금에 대한 인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당국은 은행 경영진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논했다”며 “무보험 예금의 30~50% 이상을 보장하는 방안에 관한 얘기가 떠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FDIC가 연준과 함께 더 많은 예금인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발 나아가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폭을 좁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SVB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연준 계획의 일부가 아니었다”며 “SVB 실패는 더 작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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