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사태, 크레딧 리스크 깨우나…“투심 위축으로 스프레드 상방 압력우려”

입력 2023-03-13 15:07 수정 2023-03-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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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량 회사채(BBB-) 크레딧스프레드
▲비우량 회사채(BBB-) 크레딧스프레드
# LG전자는 지난달 27일 공모 회사채 공모 시장에서 2조5000억 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3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이었다. LG전자가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은 건 2021년 4월 이후 근 2년 만이다.

# 신용등급 ‘BBB’인 삼성중공업은 올해 450억 원 규모 자금을 사모채로 발행했다. 공모 발행이 여의치 않아서다. 2015년부터 조선업계의 ‘수주절벽’이 본격화되면서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업환경이 악화된 영향이었다.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로 꼽히는 회사채 시장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쇼크에 연이은 기업 신용등급 강등 등이 맞물린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가 잠잠하던 신용리스크를 깨울 수 있다는 우려다. 3월 들어 우량기업에만 돈이 몰리는 양극화 양상도 짙어졌다.

크리디시장 전문가들은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단기 자금조달 시장과 사모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들어 이날까지 일반 회사채의 순발행 규모는 2조1426억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상환한 금액(3조2684억 원)보다 발행금액(5조4110억 원)보다 2조1426억 원 많았다. 현 추세라면 순발행액이 1, 2월에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1월 4조6971억 원, 2월 5조6100억 원이 각각 순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5109억 원이 순발행된 것보다 87%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가 잠잠해던 신용리스크를 깨울까 걱정한다. 실제 신용이 좋고 실적이 탄탄한 대기업에는 자금이 몰렸지만, 비우량 기업에는 미매각 물량이 쌓이고 있다.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가 투자자를 찾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삼척블루파워(A+)는 이달 7일 2250억 원 규모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매수주문이 80억 원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기조에 어긋나는 석탄발전 산업에 속한다는 점에서 기관투자가로부터 외면받았다. ABL생명 후순위채(A)도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인 700억 원을 채우지 못했다.

건설사들도 부동산시장 침체의 영향권에 있다. 한국토지신탁(A-), 한신공영(BBB+) 등 건설업 관련 기업들이 지난달 열린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을 피하지 못했다.

공모발행이 어렵자 사모시장을 찾는 곳도 있다. LG디스플레이, 두산에너빌리티, SK어드밴스드, CJ푸드빌, 코오롱, 아이에스동서 등이 사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반면 대기업 회사채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LG전자는 물론 LG이노텍(2조7900억 원), SK하이닉스(2조5850억 원) 등에 조 단위 뭉칫돈이 들어왔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축소됐고, 긴축 속도 조절론이 부상할 수 있다”면서 “그 영향으로 국내 우량 등급의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 있다. 다만, 위축된 투심가 비우량물 스프레드를 위로 밀어 올릴 수 있다”고 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산 대부분은 미국 내 자산(93%)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익스포져는 적다”면서 “특히 작년 10월 이후 회사채 시장 안정화 정책이 지속되고 있으며, 40조 원 이상의 지원 여력을 감안할 때 국내 회사채 시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했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여전해 공포심리 자체가 회사채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럴 경우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도 자금조달이 힘들어져 부실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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