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 SVB 파문 조기 진화 나섰지만…추가 파산·매각 지연 ‘살얼음’

입력 2023-03-13 16:25 수정 2023-03-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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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그니처은행도 파산
미 규제당국 “모든 예금주 완전히 보호”
연준, 새로운 기금도 조성
긴축 1년에 은행 미실현 손실 규모 806조원 달해
이달 금리 0.25%p 인상 가능성↑

미국 규제당국이 최근 잇따라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주를 모두 보호하는 해법을 내놨다. SVB 파산 여파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 개입에 나선 것이다. 미 당국이 신속히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추가 파산과 매각 지연 우려로 ‘살얼음’을 걷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재무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강화하고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며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모든 예금이 보호된다는 의미로,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성명은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SVB와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에 적용된다. 뉴욕주 금융당국은 이날 시그니처은행도 폐쇄하고 자산몰수 절차에 돌입했다.

현재 FDIC 예금 보호 한도는 최대 25만 달러다. 미 정부는 연방 은행법을 적용해 사태 진화 해법을 찾아냈다. 금융 시스템에 위험이 발생할 때 예금 전액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활용한 것이다.

당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구제금융’ 카드를 꺼낸 것으로 평가된다. 예금주에게 지급하는 자금이 미 재무부, 결국 납세자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이 애초 구제금융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SVB 사태가 불러올 후폭풍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구제금융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성명에서 “SVB 손실 관련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BTFP)도 조성한다. 해당 기금은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담보를 내놓는 은행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하는 용도로 쓰인다. 특히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로 평가한다. 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으로 SVB가 보유한 국채 상당수의 평가가치가 떨어진 탓에 당장 매각할 경우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을 받게 되는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연준의 무리한 긴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FDIC에 따르면 보유 채권 가격 하락에 따른 미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약 6200억 달러(약 806조 원)에 달한다. 미실현 손실은 채권의 현재 가격이 액면가보다 낮지만 매도하지 않아 손실이 실현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에도 무게가 실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가능성은 89.3%로 나타났다. SVB 파산 전인 9일의 21.4%에서 대폭 오른 것이다. 반면 0.5%p 인상 확률은 78.6%에서 10.7%로 급락했다.

미국 당국이 진화에 나서면서 안도감에 뉴욕증시 다우지수 선물은 250포인트 뛰었다. 월가는 여전히 추가 파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고 자본화가 잘 돼 있다”고 시장 우려를 불식시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자 자문사 프레드릭러셀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프레드릭 러셀 최고경영자(CEO)는 “SVB는 지하실에서 발견된 첫 번째 바퀴벌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VB 매각 지연 가능성도 골칫거리다. SVB 주고객인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초기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PNC파이낸셜과 캐나다 로열은행(RBC)은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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