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문화금융, 산업 경계에서 꽃이 피다

입력 2023-03-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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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나 독일 베를린 장벽은 혁명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다. 음악, 영화, 패션, 음식 등 일상으로 파고든 문화콘텐츠가 체제를 무너뜨린 결과다.

오늘날 산업의 경계는 코로나 격변기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배달, 이동 정보, 온라인 쇼핑 등 일상 속 모든 활동이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산업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차량공유회사 우버(Uber)가 우버이츠(Uber Eats)를 통해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Amazon)이 전자상거래와 유통, 음악 스트리밍을 넘어 금융까지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이 알뜰폰 브랜드를 출시하고, 꽃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쿠팡은 올해 ‘쿠팡 파이낸셜’을 설립한 데 이어 여신금융전문업 등록 승인까지 받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융위원회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빅블러 현상을 억제해온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 간 허물어진 경계는 다양한 기회의 문을 여는 요소가 된다. 각 분야의 한계를 보완하고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빅블러 현상으로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문화금융 산업이다. 문화금융은 문화콘텐츠를 기초자산으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업 간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여 창조적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지난달 국회 유니콘팜(스타트업지원 연구모임)이 주최하는 문화금융 스타트업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스타트업들은 문화금융이 문화와 금융 각각의 결합이 아닌 융합적 신산업이지만, 음악ㆍ영화ㆍ미술 등 문화자산을 향유하면서 동시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고 일반 금융상품과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한 부처별 정책과 법제의 정합성이 맞지 않은 점도 문화금융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화와 금융을 담당하는 각 부처 간 정책환경과 이해관계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는 사회적 안전장치이지만 동시에 시대적 변화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국회는 그런 의미에서 신산업을 규율하는 법률을 신속하게 정비하여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지난 7일 대표발의 한 '문화산업진흥기본법 개정안'은 문화지식재산금융을 문화산업을 통해 창출되는 지식재산(IP)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각종 금융활동으로 정의했다. 또 정부가 문화지식재산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하고 문화산업 관련 기관 등 관계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화콘텐츠 수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124억5000만 달러(약 14조3000억 원)를 찍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1년 새 4.4% 증가했다.

4년 뒤 K-콘텐츠 산업 수출 목표액은 두 배가 넘는 33조 원이다.

현재 K-콘텐츠의 경제적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할 때 다가올 문화금융 산업의 가치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또한 이번 기회에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저작권 등 다양한 지식재산을 창출해 활용하도록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문화지식재산금융이 활성화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핀다고 했다. 산업 경계에도 꽃이 핀다. 문화와 금융이 결합한 새로운 혁신의 등장은 산업 경계에서 피는 꽃과 같다. 문화금융 개정안이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성공적인 시너지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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