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SVB 상대로 주주소송에 나서나

입력 2023-03-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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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지 SVB 주주, SVB파이낸셜 그룹 경영진 대상 집단 소송 제기
국민연금, SVB금융그룹 주식에 3624억 투자…해외종목 중 150번째로 많아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 명시
전문가 “단독 소송보다 집단 소송에 참여하는 방식 가능성 높아”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을 상대로 주주소송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SVB 금융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3624억 원(지분율 0.77%)이다. 원화 10억 원 미만은 종목은 생략한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해외주식에 투자한 3298개 종목 가운데 150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투자한 해외주식 종목은 7조8637억 원(지분율 0.23%)에 달하는 애플이다.

국민연금의 주주소송 여부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미국 현지에서는 SVB 주주들이 SVB의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 경영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은 SVB 파이낸셜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베커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대니얼 벡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손해배상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해당 지침 제24조에는 ‘기금은 기금이 상장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또는 그 임직원 등 의 법령 및 관련 규정의 위반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 등 관련법령에 따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미국 현지의 SVB주주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의 사업 기반 약화 등에 대해 경영진이 공개하지 않은 점을 내세워 불특정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소송 결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에서 주로 판단하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상법에 따라 진행되는 ‘주주의 대표소송’은 현재 대표소송은 기금운용본부가 행사하고 예외적인 사안에 한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책위)가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주소송 역시 논의 주체는 기금운용본부지만, 수책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해외 투자 종목에 대한 소송인 만큼 국민연금이 단독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률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손해를 회수할 가능성과 법률 비용 금액 등을 고려해 단독 진행보다는 집단 소송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정통한 관계자는 “소송 등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수책위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며 “다만 SVB 건의 경우 임원, 회사의 잘못에 따른 손해인지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주주 손해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비용이 들 수 있어 SVB의 거액 주주들이 소송을 할 때 같이 참여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손해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수 금액을 확보할 수 있을지 등을 따져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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