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현대차,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입력 2023-03-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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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 2%대 추락
정의선 시대 후 양적성장→질적성장
판매량 감소해도 매출ㆍ영업익 성장
코로나19 팬데믹 속 신차효과 톡톡
“판매량만큼 브랜드 가치 향상 추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빅3 등극의 배경에는 수많은 ‘키워드’가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현대차의 톱3 등극은 그만큼 경쟁력과 내실이 탄탄해졌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성장은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양적성장 대신 질적성장을 추구했던 결단에서 비롯됐다. 이를 기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꾸준히 상승했다. 판매 순위 3위보다 브랜드 가치 성장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의 양적성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경영’에서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꾸준한 양적성장을 거듭한 현대차는 2014년 글로벌 800만3000대 판매를 기록하며 기어코 800만 대 시대를 열었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801만 대를 달성했다. ‘뚝심’을 앞세운 정 명예회장의 경영 스타일이었다.

주변 환경도 도움이 됐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차가 부침을 겪는 사이, 현대차그룹은 발 빠르게 디자인을 다듬은 새 모델을 잇따라 내세워 주요 시장, 특히 미국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 무렵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연간 9000만 대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빅3인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토요타, 미국 GM이 각각 1000만 대를 거머쥐면서 빅3 체제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연간 800만 대 판매를 유지하며 이들을 바짝 추격했다.

이런 시대 흐름은 2015년 변환점을 맞았다. 바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였다.

이미 2010년 토요타의 급발진 결함을 경험했던 글로벌 차 회사들은 무리한 양적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몸소 겪었다. 천문학적 투자를 앞세워 글로벌 곳곳에 자동차 조립공장을 세웠던 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2010년대 들어 꾸준한 판매 증가를 기록했지만 남는 게 없었다. 차를 많이 팔아서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할인과 법인 판매를 확대하다 보니 남는 게 없었다.

결국, 2014~2015년 연간 800만 대 판매를 정점으로 현대차그룹 글로벌 판매는 내림세로 전환했다. 판매 감소보다 더 빠르게 영업이익률도 급락했다. 2018년 영업이익률은 고작 2.5%에 그쳤다. 2013년 9.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었다.

본격적인 반전은 2018년 시작했다. 당시 수석부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던 정의선 회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양적성장을 거둬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질적성장’을 내세웠다.

고급차 브래드 제네시스의 영토확장과 극단적인 중국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한 것. 실제로 정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직후(2019년) 영업이익률은 전년 대비 1.0% 포인트 상승한 3.5%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는 이때부터 시작했다. 2020년과 2021년 영업이익 비율은 각각 2.7%와 5.7%로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받았던 2020년을 저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

내실을 다지며 영업이익 비율을 끌어올린 배경에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영토확장과 SUV 라인업 확대, 나아가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차 판매가 보탬이 됐다. 제네시스 G80 한 대를 판매하면 쏘나타의 4배 수준 영업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매출 142조 원, 영업이익 9조82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6.9%까지 회복하면서 내실을 다졌다.

글로벌 톱5 경쟁사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위축, 생산 차질 등을 겪는 사이 고급화와 전동화 전략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 것. 결국, 글로벌 판매 3위보다 더 큰 내실 다지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지만 또다시 4위나 5위 수준으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크다. 이미 경쟁사들의 생산능력이 1000만 대에 육박하기 때문”이라며 “2015년 800만 대보다 적은 685만 대 수준을 판매했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배씩 증가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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