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주 69시간' 여론 남 탓 …"가짜뉴스·소통 부족으로 오해"

입력 2023-03-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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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노조 "노동자 신뢰 쌓는 게 먼저"…임이자 "경청하고 보완할 것"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최대 69시간'을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여당이 16일 토론회를 시작으로 여론 청취에 나섰다. 장시간 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MZ 세대의 의견을 제도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개최하고 "주 52시간제의 틀 내에서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약하는 1주 단위의 경직적 규제를 개선하고,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획일적인 실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제도 개편의) 핵심 골자"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근로시간 제도의) 개편 취지가 비현실적 가정을 전제로 한 가짜뉴스와 소통 부족 등으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오늘 토론회는 이러한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제도 개편 취지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현장 방문, 세대별·계층별 간담회를 통해서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노동자에게 69시간을 일하라는 그런 취지는 절대 아니고, 새로운 분야에서 노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연의 폭을 넓혀놓은 것"이라며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오늘 말씀을 잘 경청해서 재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현장에서는 정당한 보상 없이 연장근로가 늘어나지 않을까, 과연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제도가 악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결국 근로시간의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관행과 의식 개선이 같이 가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많은 의견을 주시면 입법예고 기간에 개선안에 반영해 잘 보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이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를 개편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다만, 정부의 개편안에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졌다.

이른바 MZ세대 노조라고 불리는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LG전자 사람중심노조 위원장)은 "이번 근로시간 개편 제도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취지가 진정으로 노동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취지가 그대로 개편안에 반영돼 충족됐는지가 의문"이라며 "개편안으로 과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넣는 등 바뀔 수 있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서 노동자들에게 신뢰를 쌓는 게 먼저다"라고 지적했다.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위원도 "산업 환경 변화나 기술 변화, 코로나 상황에 따라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근로시간 선택권이라는 카드가 주어졌다"면서도 "현장의 근로자에 있어서 선택권이 정말 진정으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문화에 대한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개편안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했다. 안상훈 용산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입법예고 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며 "정부는 추후 MZ세대 근로자와 노동조합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보다 세심히 귀 기울이며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틀 전인 14일에도 "입법 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 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같은 발표에도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이날 브리핑을 통해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밝히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임 의원은 이날 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계에서, 특히 MZ세대에서 뭘 우려하는지 충분히 들었고, 사업하시는 대표와 전문가들에게도 많은 얘기를 들었다"며 "건강권 보호 강화를 위해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야간 근로자 건강 보호, 근로시간 적용 사각지대 등을 해소하는 것을 우리가 먼저 신경 써야 되는 부분이 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계속 더 많이 듣고 결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보완 지시와 관련해선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 그리고 MZ 노조나 노동계에서 하는 얘기를 잘 경청하고 보완해서 만들어내도록 하겠다"며 "입법 예고 기한인 4월 17일까지 많은 부분을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승길 아주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양정열 고용노동부 임근근로시간정책단 국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회에는 임 의원, 권 차관, 유 의장을 비롯해 조기현 주식회사 유엔파인 대표,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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