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도 신공항, 속도보다 안전이다

입력 2023-03-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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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애초 계획보다 5년 6개월 앞당기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런 평지풍파가 따로 없다. 불필요한 논란의 출발점은 국토교통부의 14일 전격 발표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용역 중간보고’를 통해 “내년 말 공사에 착수해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을 의식해 원래 목표 시기인 2035년 6월을 앞당긴 조기 개항 카드를 꺼낸 것이다. 때마침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내달 초 방한한다고 한다. 이들 눈에 들기 위해 신공항 계획을 통째로 바꾼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안이 벙벙할 노릇이다.

정부의 조기 개항 청사진은 공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어야 그나마 말이 된다. 그래서 나온 안이 신공항을 육상과 해상에 걸쳐 건설한다는 ‘육해상공항’ 안이다. 지난해 4월 제시된 공기 9년여의 해상공항 안은 휴지통에 던져졌다. 하지만 새 계획으로 공기가 무리 없이 단축될지 여간 의문스럽지 않다. 이번 안은 지난해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검토된 안 중 하나와 유사하다. 그 안 이행에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 공기는 매립식 해상공항 안과 거의 비슷했다. 공기가 짧아진다 해도 3개월 정도에 그쳤다. 이젠 다르다는 것인가. 지난해 4월 발표 이후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건설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인가.

신공항 사업은 13조 원 넘는 예산을 들여 가덕도 일대에 400만㎡(121만 평) 규모의 공항을 짓는 초대형 사업이다. 남부권의 관문 공항으로 연간 여객 2336만 명, 화물 28만6000톤을 나르게 된다. 그 어떤 요소보다 안전성이 중시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해상공항 안이 채택된 것도 지반이 부실한 곳에서 구조물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부등침하가 우려된다는 등이 크게 작용해서였다. 이젠 안전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지 엄중히 묻게 된다.

가덕도 신공항은 첫 출발부터 대중영합주의 색채를 지우지 못해 논란을 빚었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인 경제성 역시 기준치 1을 크게 밑도는 0.5 안팎으로 나왔던 사업이다. 안 해도 되는, 혹은 해서는 안 될 건설 사업인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났던 것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2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가세해 특별법 제정으로 밀어붙였다. 지금이라도 차라리 건설 여부를 원점 재검토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런 마당에 BIE 실사단 호감을 사겠다고 조기 개항 카드까지 꺼내든다. 이래도 되는 일인지 정부 책임자들은 거듭 자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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