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 정말 문제없나]①SVB·CS 사태, 876조 ‘마그마 방’ 자극하나

입력 2023-03-20 05:00 수정 2023-03-2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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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부실 난제…SVC 파산·CS 위기설 악영향 우려 커져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 876조…“중소형 비은행 중심 취급 많아”
“해결되지 않은 부동산 리스크 축적 시 금융위기 예의주시해야”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각 당국은 앞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는 부동산 사업 비중이 큰 중소형 증권사나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이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면서 SVB·CS 사태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는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짙게 드리운 부동산 시장의 그림자=국내 부동산 시장은 이미 불황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고금리, 경기 둔화에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6만8148가구)보다 10.6% 증가한 수치다.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 11월(7만6319가구)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면 중소형 건설사들의 돈줄이 막힌다. 지난달 한신공영(BBB)과 한국토지신탁(A-), HL D&I(BBB+)는 높은 발행금리를 제시했지만 회사채 미매각이 발생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사의 유동성 악화와 사업지 부실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PF 우발채무 리스크는 일단락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중소형 건설사 혹은 지방의 부실 사업에 대한 추가 리스크는 여전히 리스크의 불씨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에…금융사도 ‘빨간불’=더 큰 문제는 금융권의 PF 부실 우려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9월 말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25조3000억 원으로, 2019년 말(75조8000억 원) 대비 50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까지 보면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지난달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 그림자금융의 리스크 진단 및 대응 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87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한다. 부동산 그림자금융이란 PF 대출·보증, PF 유동화증권, 부동산신탁, 부동산펀드, 특별자산펀드 등을 가리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형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 취급 비중이 높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연쇄적으로 부동산 그림자금융이 부실화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보다는 증권사, 저축은행 등의 부동산 PF 관련 고위험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관련 우발채무는 20조9000억 원이었는데, 이중 94.2%에 해당하는 19조6000억 원은 증권사가 신용위험까지 부담해야 하는 매입확약이었다.

또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저축은행이 29.4%, 증권사가 24.2%를 차지했다. 제2금융권 부동산 PF 금융 위험노출액이 200조 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금융 리스크가 금융위기라는 화산을 폭발시키는 ‘마그마 방(Magma chamber)’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보다 금융당국이나 업계가 앞다퉈 위기 대응을 빠르게 하는 분위기”라면서도 “해결되지 않은 부동산 리스크가 축적되다 보면 언제든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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