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노믹스 대개발시대] "우주항공청 청사는 사천?" 여야, 합동 세미나 개최해 의견 청취

입력 2023-03-20 16:42 수정 2023-03-2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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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입법, 개별적인 논의 과정…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우주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형 미 항공우주국'(NASA)을 목표로 우주항공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20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우주항공청은 본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경남 사천'으로 입지가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였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인재 유치 등을 위해 대전 등으로 입지 변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경남 사천·남해·하동)과 더불어민주당 김정호(경남 김해시을)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 특별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일 입법예고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우수 전문가 채용을 위한 파격적 보수체계, 연구개발·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직 유연화 특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격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주항공청의 입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공약에 맞춰 현재 경남 사천에 설치되는 안이 유력하지만, 입지와 관련한 내용이 특별법에 담기지 않아 아직 공식으로 결정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이 독립·범부처 우주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체 입법을 예고하면서 입지에 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김정호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경남은 국내 최고·최대의 우주항공 생산 거점이고, 항공산업 매출액의 70%, 우주산업 매출액의 43%를 점유하고 있다. 우주항공 종사자들도 전국 1만7000명 중 1만1000명이 경남에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 설립을 공약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최근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의원님들의 대체 입법 논의 때문에 자칫 사천으로 항공우주청을 설립되는 게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개별적인 논의 과정이고, 당론으로 결정된 바 없다. 여전히 대선 때 이재명 당 대표가 공약하신 것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과방위 소속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대한 대체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소속 청에 불과해 위상과 독립성이 부족하고, 항공 분야 또한 형식적으로만 다뤄져 내용이 부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과방위 소속 변재일·이인영·조승래·윤영찬·이정문·장경태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원욱 의원은 22일 '우주항공청특별법의 문제 분석과 대안 입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대체입법을 예고한 의원들이 충청권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경남 사천'을 입지로 정한 윤 대통령의 공약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산학연정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우주항공청 입지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행정부처와 정부 연구기관이 모여 있는 대전·세종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역은 주요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응답이 16%로 뒤를 이었고, 대통령 공약사항인 사천이 8%, 서울권이 7%로 나타났다.

이같은 움직임에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선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은 삼천포대교에서 '우주항공의 중심지인 KAI가 있는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해 이 지역이 항공우주 산업의 요람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사천이 아닌 대전에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면 사천 지역은 경제가 위축되고 고용이 상실돼 지방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인사 대우와 유연한 조직 문화 등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예산이나 운용 등에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의섭 전북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인사 부분은 100점 만점에 120점 수준으로 파격적인 수준이어서 우주항공을 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의 대우를 받으면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면서도 "예산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예산은 양도 중요하지만 시급한 사업이 생기는 등 투입 속도도 중요하고 착수 시기도 중요하다. 예타 부분에서 중요성이 있으면 현실적으로 가속화시킬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김해동 경상대 항공우주소프트웨어공학부 교수는 "우주항공청은 강력한 권한과 역할, 위상을 가져야 한다"며 "우주항공청이 우리나라의 전 우주·항공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사천이 아니라 마라도라도 가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최된 세미나는 최정열 부산대 항공우주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고, 최원호 우주항공청 설립추진단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신의섭 교수, 김해동 교수를 비롯해 정소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황진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김경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우주부품시험센터장, 김지홍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미래융합 기술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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