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장 “국민, 더 이상 비대면진료 이용하지 못할 것”

입력 2023-03-22 10:37 수정 2023-03-2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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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재진 환자 중심 비대면진료 정책 추진…산업계 반발 거세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이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안에 대해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이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안에 대해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시절 비대면진료는 피할 수 없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첨단기술의 혜택을 국민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시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안을 보면 비대면진료에서 초진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더 이상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최근 본지와 만난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은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안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현안협의체 2차 회의’에서 올해 6월까지 재진 환자 및 의료취약지 환자로 한정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진료를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의 초진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장 회장은 “복지부가 정책을 설계할 때 이용 대상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재진 환자로 제한하는 건 보편적인 의료체계가 아니다. 국민의 선택권이 보장받지 못한다. 직장인이 진료를 받고 싶을 때 주변 병원에 가서 기다려야 한다. 1~2분의 진료를 받기 위해 상사의 눈치를 보고, 휴가를 써야하는 구조다. 아플 때 바로 병원을 찾을 수 있는 시스템에서 왜 후퇴하려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플 때는 진료를 바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각 진료과별로 비대면진료 가능 여부 등을 파악하고 논의를 해봐야 한다. 이용 대상을 크게 뭉뚱그리면 대부분의 국민이 비대면진료 서비스를 못하게 된다. 또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도 죽게 된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던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3600만 건 이상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장 회장은 “안정적으로 운영됐는데 다시 점검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규제샌드박스도 일부 지역에서 2년만 진행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모든 질병에 대해 3600만 건이 진행됐는데 왜 다시 검증을 거쳐야 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이용해보길 바란다고도 했다. 장 회장은 “우리나라는 주치의 제도가 없는 국가다. 대부분 근처 내과를 방문하는데 의사 선생님의 이름을 누가 기억하겠는가. 시스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또 인근 병원을 갔는데 그 병원이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일텐데 비대면진료의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비대면진료가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하고, 한계도 명확한 만큼 대부분은 대면진료를 이용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장 회장은 “직장인이나 워킹맘 등 시간을 제대로 낼 수 없는 경우, 퇴근 이후 의료기관을 찾고 싶을 때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비대면진료 건수는 대면진료의 3%에 불과하다.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된 상황에서도 이용률이 크게 높지 않았다. 재진 환자로 제한한다면 비대면진료는 더 이상 없다”라고 강조했다.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이 비대면진료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닥터나우 이사)이 비대면진료 관련 정책을 설계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

비대면진료 관련 정책을 설계함에 있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함께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소비자와 산업계의 의견은 아예 빠져있다”며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비대면진료 관련 논의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약정협의체는 운영조차 되지 않는다. 복지부 등 정부기관과 의약계는 물론, 소비자계·플랫폼업계·환자단체 등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재진환자 중심의 비대면진료가 합리적인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동안 산업계는 중개를 하는 입장에서 현장 의료진이 가장 중요한 행위 주체인 만큼 많은 의견을 반영해 왔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정부의 강력한 제도화 의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지부의 기조를 확인한 순간부터 국민들이 사용하는 비대면진료 현장과 정면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데 주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협의과정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공개적인 회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회에는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이 총 4건 올라와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강병원, 신현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해당 법안 모두 허용 환자 범위를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최 의원안과 이 의원안은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환자에 대해 비대면진료를 통한 초진을 허용한다. 또 이 의원안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환자’에 대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언급해 허용 환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비대면진료 대상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7개국(G7) 중 비대면진료 대상을 규제하지 않았다. 주치의 제도가 운영 중인 프랑스·일본·호주 등에서는 주치의에게 비대면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제한은 있지만, 초진 환자에게도 비대면진료는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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