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정금리 대출 유도책 다각도 검토하길

입력 2023-03-2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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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에 가계고정금리대출 비중을 일정수준으로 맞추지 못하면 불이익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2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연구원이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런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안에 대해선 은행권 반발을 고려해 숙고하는 모습이다. 당근책도 있다. 예대율 완화,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우대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당국은 통상 고정금리 대출과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유도하게 마련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일반적으로 금리 변동 리스크를 포함하는 고정금리보다 낮은 금리 혜택을 주지만 금리 변동 사이클에 노출돼 가계부채 부실화를 빚을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비거치식 분할상환을 선호하는 이유도 유사하다. 현재도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고정금리 의무비율을 제시하고 있다. 2015년 35.0%로 첫 적용한 이래 지난해 52.5%까지 높였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위반 시 불이익이 없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월 은행 가계 고정금리대출 비중은 24.2%(잔액기준)에 불과하다. 의무비율은 헛구호에 그치는 것이다.

당국이 전에 없이 폭넓게 ‘당근과 채찍’ 카드를 검토하고 나선 것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주도하는 고금리 열풍으로 부채 공포가 번지는 글로벌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검토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실효성이다. 대출 거래 당사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유도책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어떤 당근도, 채찍도 효험을 내기 어렵다.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답을 찾아야 한다. 고정금리 대출시장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장기 고정금리(대출)가 늘어나려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얼마 전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유사한 인식을 내비쳤다. 은행이 장기 고정금리대출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장기물 은행채 발행 시장이 발달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이다. 실제 시장의 움직임도 당국의 문제의식과 결을 같이한다.

연기금 등 장기투자기관들은 장기 투자할 곳을 못 찾아 목말라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한 시장 인기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지점에서 새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등급이다. 장기 은행채 발행과 유동화 등 소정의 혜택만 제도화된다면 안정적 시장 형성이 불가능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당근, 채찍만 찾을 일이 아니다. 길을 폭넓게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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