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에 놀란 벤처업계 “돈 물려야만 직접 피해?…유동성 위기 보호막 시그널 달라”

입력 2023-03-22 16:47 수정 2023-03-2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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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위기감이 팽배해진 국내 벤처ㆍ스타트업계가 정부에 투자시장의 불안감을 가라앉힐 시그널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스타트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주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여의도 기술정보진흥원에서 개최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대응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유동성 위기에 대해 보호막이 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달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리스크 점검 회의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ㆍ스타트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SVB가 파산하면서 그 파장이 국내 벤처업계로 미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이뤄졌다. 중기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벤처스타트 및 VC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세부적인 대응책을 만들려고 하면 시간이 지연되니 유동성 위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호막이 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도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회성이 아닌, 고위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오는 지속적인 신호가 있어야 벤처투자 시장의 불안감이 좀 풀리지 않겠냐는 지적이었다.

이는 현재 벤처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민간 사이의 온도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작은 불씨 하나가 큰 파장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내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가라앉았다. 작년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2조22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5%(9027억 원) 증가했다. 2분기에는 1조9315억 원의 투자를 기록하며 2분기 실적으로는 최대 규모를 보였다.

위기는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3분기 투자규모가 1조2843억 원으로 38.6% 급감했고, 4분기에는 1조32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뒷걸음질쳤다. 하반기에만 2조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증발했다.

냉각기는 올해로 이어졌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스타트업 투자금은 2952억 원(투자 건수 92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투자액 (1조1916억 원) 대비 75.23% 급감했다. 투자건수도 140건에서 92건으로 감소했다. 업계는 SVB 사태로 벤처투자 시장의 자금경색이 더 장기화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SVB가 국내 지점이 없고, 자금을 예치한 기업 역시 피해가 크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선 자금이 물려있지 않다는 이유로 위기를 축소해선 안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직접 피해가 없다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 기업 돈이 물려야만 직접적인 피해인 건 아니다. 유럽 크레딧 스위스(CS) 유동성 위기처럼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폭풍으로 보고 더 민감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정책금융 지원 강화 등 정책적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다만 한 시간 가량의 짦은 점검 회의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투자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벤처기업에 돈줄이 되어 줄 ‘실리콘밸리식 투자조건부 융자’ 제도가 국회 문턱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날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를 열고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비상장 벤처ㆍ스타트업에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대신 해당 기업이 후속투자를 유치할 때 미리 정한 기업가치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SVB 파산으로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자금공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큰 만큼 문제 없이 통과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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