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이지선 교수 “가해자 사과 없어…잊고 살았다”

입력 2023-03-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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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출처=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교수가 ‘유퀴즈’에 출연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교통사고 순간을 회고했다.

22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lucky, happy, enjoy’ 특집으로 이지선, 이도현, 조성진이 출연했다.

이지선 교수는 23세 대학생 때 불의의 교통사고로 전신 55%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교통사고 후 극복 과정을 자서전 ‘지선아 사랑해’에 담았으며, 23년 만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부임해 모교로 돌아갔다.

이 교수는 “23세에 학교를 떠났는데 23년 만에 교수로 돌아왔다. 라임이 쩔어가지고”라며 유머러스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유아교육과를 다니고 있었고, 사고 당시 졸업을 앞둔 상황이어서 발달이 늦은 아동을 위한 아동 치료를 공부하며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일어나던 날에 대해서는 “제가 귀가하던 길”이라며 “그날도 친오빠의 작은 차를 얻어 타고 늘 만났던 시간에 다니던 길로 가던 중에 신호등이 바뀌었다. 빨간불이 들어왔으니 오빠도 차를 세우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음주 운전자가 이미 작은 사고를 내고 빠른 속도로 돌아가던 중 가장 뒤에 있던 저희 차를 들이받으면서 6대 차와 연쇄 추돌이 났고, 차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불이 제 몸에 먼저 옮겨붙고, 오빠가 저를 꺼내면서 오빠도 화상을 입었다”고 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가해자는 혈중 알코올 농도 0.35% 만취 농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는 당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의사가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사실 기억이 거의 없다”며 “오빠에게 얘기를 듣기로는 의사분들이 ‘화상이 문제가 아니라 맥박이 안 잡힌다. 곧 갈 것 같으니 작별인사하라’고 말해 오빠가 작별인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는 받았지만 아직까지 안 가고 이렇게 잘 살아있다”고 유머를 던지며 무거운 장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출처=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출처=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이 교수는 화상 후 첫 수술로 상한 피부를 걷어내는 수술을 받았다고 얘기했다. 이어 수술을 받으면 나아질 거란 기대와 달리 수술 후 피부가 없으니 고통이 더 심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옥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그런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머리 뒤 실밥을 뽑기 위해 앉으며 처음으로 자신의 화상 부위를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 본 장면이었다. 제 다리에는 살색이라고 부르는 피부가 없는 상태를 보게 됐고, 내가 살 수 없는 상황이구나 그때야 직감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상처 부위를 보고 엄마에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 마음의 준비를 하자”고 얘기했다며 딸의 회복을 기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진행자 유재석은 “아버님께 혹시나 가해자가 찾아오면 용서했다고 말해달라고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며 이후 상황에 관해 물었다.

이 교수는 “중환자실에 아버지가 사고 설명을 해주셨다. 보통은 합의해달라고 찾아온다는데 아무도 안 온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그때 제 마음에 ‘혹시 찾아오면 용서한다고 말해줘’라고 했다”며 “이미 제게 닥친 고통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누군가를 미워하고 분노하는 감정도 견디기 어려운 거지 않나. 그것만큼은 피할 수 있도록 신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가해자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교수에게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가해자의 사과가) 필요한 상황도 있을 거다. 그런데 누군가를 보고 나면, 관계가 생기고 나면 정말 잊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든다”며 “그냥 실제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냥 잊고 살았다”고 초연함을 보였다.

또 “이런 질문 받을 때 ‘그래 가해자가 있었지’ 이런 느낌이다”라며 “제가 살아남는 것에 집중할 그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사람 여행’을 떠나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40분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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