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볕 드는 K반도체

입력 2023-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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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에 잇따른 낭보가 전해졌다. 정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지원’이 첫 번째고, 반도체 시설에 세제를 지원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게 두 번째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규정이 예상보다 완화된 것도 긍정적이다.

미국, 대만,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보다 늦었지만 정부와 국회가 지금이라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도체 업계는 비로소 힘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반기고 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중심으로 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에는 정부의 많은 고민이 들어있다. 몇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치다 보니 발표 시점이 늦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반도체 부문만 뜯어보면 대규모 민간 신규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을 지향한다.

대규모 신규 민간투자는 2042년까지 20년간 300조 원 규모로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이른바 ‘용인 클러스터’인데 민간투자자는 삼성전자다.

용인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팹)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등이 들어간다.

신규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단지(기흥, 화성, 평택, 이천 등) 및 인근 소부장 기업, 팹리스 밸리(판교)를 연계한 ‘반도체 벨트’가 조성된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밸류체인과 국내외 우수 인재를 집적한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국가첨단산업 육성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 막대한 경제유발효과를 고려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K칩스법의 국회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통과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의 투자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상향된다. 올해 한시적으로 현행 4%에서 10%로 늘어난 신규 투자 추가 공제율을 합하면 대기업 기준 최대 25%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의 용인 클러스터 투자 계획을 K칩스법에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약 45조 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연면적 12만8900㎡, 축구장 16개 크기)의 평택캠퍼스 2라인(P2)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약 30조 원이 들어갔다. K칩스법으로 반도체 라인 1기를 더 세울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이 칩스법 가드레일 세부 조항에서 보조금을 지원받을 경우 중국 공장 내 투입되는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 수, 즉 생산능력만 제한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한시름 놨다. 기술 개발을 통해 한 장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것은 규제하지 않기로 한 것인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초미세화 공정하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업황 부진, 수요 위축에 따른 대규모 적자, 거칠어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 등 불안요인은 남아 있다.

미국 상무부가 보조금 반환 조건 중 중국 투자 규제 기간을 10년으로 못 박은 것은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10년 후에는 강력한 대(對)중 규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1년간 유예 적용받았지만 이미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강력한 한방’을 내질렀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이 약속대로 이행될 때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관건은 속도와 실행력이다. 각종 인허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 모처럼 불어온 훈풍이 오랫동안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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