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명과 암] "미분양, 남은 행렬 아직 길다"···지방 중심 불안감 커져

입력 2023-03-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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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호 이상 증가 전망…"양극화 심화할 듯"

'완판 행진' 등 청약 시장이 한파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기 지역 쏠림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경계감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물량이 쌓일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이고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26일 본지 취재 결과 마포구 아현동 '마포 더 클래시'가 무순위 청약을 통해 완전 판매에 성공했다. 마포 더 클래시는 지난해 12월 분양 당시 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27가구가 미분양 물량으로 남아있었다. 앞서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무순위 청약으로 100% 판매됐다.

완판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훈풍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규제가 풀리면서 입지가 좋은 인기 지역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라며 "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전매제한 기간 단축, 실거주 의무 폐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확대 등을 시행하고 거주지, 주택 소유 여부 등과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서 특정 지역으로 수요가 유입된 것일 뿐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 안팎에서는 미분양이 더욱 늘어나는 등 혹한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분양 주택은 정부가 위험선으로 제시했던 6만2000가구를 이미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0.6% 증가한 7만5359가구다.

지난 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만가구 대였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7월 3만 가구를 넘긴 뒤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11월과 12월은 각각 1만 가구 이상 늘면서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 분양주택이 지난 해 9월 이후 월평균 8500가구씩 증가하고 있어 수개월 내에 10만 가구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원 장관은 지난 21일 한 경제심포지엄에 참석해 "(증가하는)기울기는 완만하겠지만 미분양 물량은 10만 가구까지 갈 것으로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미분양주택을 정부에서 매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원 장관은 매입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그는 "아직 분양가가 높다"며 건설사들이 가격을 내리는 등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물량이 많이 쌓여도 정부가 해결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재확인했다.

특히 대부분의 미분양이 지방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지방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현재도 7만5000여가구의 미분양 물량 중 6만3102가구는 지방에 있다. 서울은 1000가구를 밑돈다. 이달 청약을 진행한 '영동 코아루 리더스 원', '정읍 푸르지오 더 퍼스트' 등 지방 미분양 사례가 계속 속출하고 있다.

영동 코아루 리더스원은 199가구 공급에 33건만 청약이 들어왔고, 정읍 푸르지오 더 퍼스트는 84㎡A와 84㎡E 등 일부 타입만 경쟁률이 1대 1을 넘겼고 대부분은 미달됐다.

송 대표는 "그동안은 규제로 인기 지역에 벽을 세웠는데 지금은 문을 열어 놓은 상황이라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며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은 열기가 뜨겁지만 다른 곳은 침체되는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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