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 작년 AT1 채권 늘었는데…CS·도이체방크 우려 부상

입력 2023-03-26 06:55 수정 2023-03-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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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과정에서 기타기본자본(AT1) 채권이 전액 상각되면서 국내 은행 및 금융지주사들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의 손실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채권이 상각될 가능성은 낮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과 CS에 이어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까지 최근 글로벌 은행들의 부실화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내 은행권으로 위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AT1 채권(바젤Ⅲ 기준)은 직전년도 말 대비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가 보유한 AT1 채권은 18조6507억 규모로 2021년(14조7005억 원)보다 약 27% 늘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지난해 AT1 채권 규모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KB금융(1조7671억 원)이었다. 이어 신한지주(1조528억), 하나금융(5112억), 우리금융(619억) 순이다. 신한지주는 4대 금융지주 중 2년 연속 AT1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지주가 보유한 AT1채권은 약 6조188억으로, 2위 KB금융(4조9283억)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반면, 4대 은행 중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2021년보다 AT1 채권 규모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우리은행은 AT1 채권 규모가 감소했음에도, 신한은행(1조7889억)에 이어 2번째로 많은 AT1 채권(1조6530억)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종자본증권의 상환 및 자본인정금액 감소에 따라 기타기본자본의 규모가 감소했다”고 했다.

지난해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난 이유는 BIS비율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은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부채임에도, 회계상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만기가 없는 영구채 형태로 발행되거나, 콜옵션(중도상환옵션)도 발행사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요건이 까다로운 은행들에게 인기가 높다.

문제는 최근 CS의 AT1 전액 상각 등 금융시장 신뢰를 뒤흔드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글로벌 은행권의 ‘약한 고리’ 자극이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도이치뱅크 은행채의 CDS프리미엄은 장중 215bp까지 치솟았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부도 가능성을 뜻한다. 이날 도이치뱅크의 주가는 8% 넘게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이에 영향을 받아 약세를 보이다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다만 국내 금융권은 주요지표에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부실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13.1%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역시 11.9%로 모두 부실금융기관 평가대상 선정을 위한 기준인 2.3%를 크게 웃돌고 있다. 금융위원회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의 후순위 특약상 보통주보다 우선 상각할 수 있는 조건 역시 없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자산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국내에서 전액 상각이 발생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부실은행 정리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재량권과 관련된 위험요인이 부각되면서 직접적으로는 자본성증권을 통한 보완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 심화로 변동성과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은행 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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