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을 위한 101] 도시계획시설의 입체·복합화란?

입력 2023-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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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근 하나의 토지를 하나의 건축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토지 이용 혹은 건축 용도를 복합화해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터미널의 경우 도시계획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된 터미널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비도시계획시설인 업무, 상업, 문화 또는 주거시설 등과 복합화하면서도 본래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유럽 도시에서는 일반화된 모습이었는데, 프랑스 파리의 경우 1층은 소매, 2층과 3층은 사무실 그리고 4층과 5층은 주거로 사용하는 복합건물이 즐비하다.

그러나 토지 및 건축 용도 복합에 따른 도시문제가 나타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1920년대에 용도순화주의에 입각한 유클리드 조닝(Euclidean Zoning)이라는 단일토지이용 제도가 북미에서 탄생했고, 세계 곳곳에 전파되면서 복합적 토지 이용이 주춤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도시기능을 한 곳에 담아 편리함을 도모하고자 하는 공간소비 패턴과 단일토지이용도 또 다른 도시문제를 발생시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합용도개발(Mixed Use Development)이 다시금 도입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건축시설 간의 복합에서 시작되다가 단일 대지에서도 다양한 토지용도로 확장되었는데, 이는 토지가 가지고 있는 부증성(不增性)과 도시인의 편리성 추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토지는 일반 소비재처럼 급격한 수요에 반응하여 즉각적으로 만들어 시장에 공급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과거 부동산 문제로 인해 한 장관이 “빵이라면 뚝딱 만들어서라도 공급할 수 있는데 부동산은 그렇지 못하다”는 푸념이 회자되기도 했다. 현대인은 한 곳에서 다양한 행동과 경험을 동시에 얻고자 하는 원스톱 쇼핑 소비행태를 선호하고, 기능에 따라 여러 곳에 분산 배치되었을 경우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이동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에 근거해 도시공간을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압축개발(Compact City)이다. 앞선 토지 및 건물의 복합화와 유사한 개념이 도시계획시설과 관련하여 나타나게 되는데, 도로를 중심으로 양분된 노후 주거단지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가능하면 기존 도로는 그대로 유지하되 도로 하부를 통합주차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입체화한다든지 유수지 상층부를 공원 등으로 복합화하는 것이 그런 사례이다.

기성 시가지에는 도시민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능과 새로 요구되는 기능들을 수용할 필요가 있는데, 가용토지가 매우 부족할 때 개발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가용지로 부가되는 것 중 하나가 저이용 또는 노후화된 기존 도시계획시설 부지이다. 즉, 특정한 기능을 담당하는 도시계획시설을 단독으로 설치하지 않고 다른 용도의 도시계획시설이나 그 외의 시설물을 함께 설치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 이상의 도시계획시설 또는 도시계획시설과 타 시설이 기능적으로 유사하거나 상호 보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우, 도시계획시설의 역할과 형태를 고려하였을 때 기능 저해 없이 다른 시설과의 물리적 결합이 가능한 경우, 공공 또는 민간의 설치·운영 측면에서 복합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입체·복합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도시계획시설 본래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지속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토지 이용의 복합화를 확대하여 도시계획시설 활용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화는 중복결정 및 입체적 결정으로 나뉘며 도시계획시설 내 편익시설 설치도 복합으로 볼 수 있어 이까지 포함한다면 3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첫째, 중복결정은 둘 이상의 도시계획시설을 같은 토지에 함께 들이는 것으로 평면적 또는 수직적으로 구분된다. 둘째, 입체결정은 도시계획시설이 위치하는 공간 일부만 구획하는 것으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지 않은 토지 일부를 구획하여 시설을 결정하고 설치하는 비시설부지 내 시설설치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토지에 일반건축물을 설치하는 시설부지 내 비시설설치(공간적 범위 결정)로 세분된다. 마지막으로 편익시설 설치는 도시계획시설 부지에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시설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도록 편익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 증가와 도시 생활양식 변화로 인해 다양한 도시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도시기능의 다양화로 토지의 효율적 활용이 강조되고 있는 현대도시에서는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입체·복합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대되고 있다. 과거 일부 교회가 도시계획시설인 도로 하부에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개발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올바르고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한다면 기성 시가지에 부족한 기초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공급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시민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도시공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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