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기업 자율성 표방했지만
성과급 넘어 지배구조 개입 시사
10명 중 6명 "정책 압박감 느껴"
정치권 '횡재세' 입법 움직임에
90% "초과익 기준 불분명" 반대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 절반 이상은 올해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에도 대다수가 반대 목소리를 냈다.
27일 본지가 국내 주요 금융사 35곳의 CEO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결산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8.3%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발언과 정책으로부터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은 윤석열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 ‘관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통의 압박감을 느낀다’는 33.3%, ‘약간의 압박감을 느낀다’는 8.3%였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금융사들을 올해 초 손쉬운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며 뭇매를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금융사를 겨냥해 ‘이자장사’를 꼬집으며 금융당국을 향해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들의 성과급은 물론 지배구조까지 손을 대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은 은행권을 넘어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보험, 카드사에 대해서도 지나친 성과급과 배당을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기업의 자율성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가 금융사에 지나치게 경영 개입을 한다며 ‘관치금융’의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사 CEO의 52%도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융권 개입 정도가 관치금융이라고 할 만큼 심하다’고 판단했다. 관치금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4%에 그쳤다.
앞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국가경제 파탄 내는 관치금융 규탄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고금리 고통을 완화할 정책적 대안 없이 모든 문제를 금융사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정부가 취약차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지 않고 금융기관을 혐오 대상으로 만들어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가 문제라고 했다. 무엇보다 ‘은행은 공공재’라고 하면서 ‘은행권을 완전 경쟁체제’로 만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법안과 관련해서도 금융사 CEO 91.7%가 반대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익을 얻었을 때 그 초과분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초과이익 기준 및 산출이 불분명하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추후 은행권의 부실 발생 시에 대한 지원도 가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등이 나왔다.
‘규제 혁신은 곧 성장’이라며 전면 타파하겠다는 윤 정부에 대한 금융권의 규제 완화 체감도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를 체감하거나 보통이라고 응답한 CEO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