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SKㆍ현대차, 로봇 등 M&A로 돈 되는 사업 찾아 나섰다[韓미래, M&A에 답 있다]③

입력 2023-03-27 11:05 수정 2023-03-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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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M&A 1905건·92조원…전년 대비 19%·33% 급감
금리인상·경기둔화 우려에 M&A 시장 냉각
밸류에이션 기억인수 최적 기회 도래…이차전지·전기차 M&A 트렌드 견인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1905건, 92조 원.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성적표다. M&A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19% 감소했고, 금액은 33% 급감했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투자 심리가 냉각되며 M&A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M&A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둔화되는 경향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해당 시점이 매력적 밸류에이션에 따른 기업인수 최적 기회가 도래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올해 M&A가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의 연간 글로벌 CEO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리더 중 73%가 세계 경제에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지만, 60%의 경영자들이 올해도 M&A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응답했다.

올해 M&A 거래 주요 섹터로는 △제조(소재·부품·장비) △소비재 △IT·인공지능(AI) △헬스케어 △ESG(리사이클링, 신재생에너지 등)가 꼽힌다. 제조는 이차전지 산업 및 전기차 분야의 투자로 M&A 트렌드를 이끌고, 소비재 산업은 소비자들의 안정적인 수요로 M&A 기회가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몸집 불리는 M&A 큰손 SK

27일 본지가 주요 대기업 집단의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수가 가장 많은 기업 집단은 M&A 큰 손인 SK로 나타났다. SK는 M&A와 지분 취득, 신규설립,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3년 만에 계열사를 70곳 이상 늘렸다. SK 계열사수는 2020년 146개에서 2021년 185개, 지난해에는 200개로 늘었다. 이는 카카오(125개)보다 1.6배 많은 규모다. 재계 1위 삼성전자의 계열사수(63개)에 비하면 3배 이상 많다.

SK는 그린에너지를 필두로 반도체·소재, 디지털, 바이오 분야 등 4개 성장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SK가 최근 분사하거나 M&A한 자회사 중 상당수는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 주요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시작으로 폐기물 처리 업체 제이에이그린과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한경 등을 인수했고, 도시환경, 이메디원, 그린환경기술 등을 사들였다.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 산업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SK온은 23일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글로벌 전구체기업 중국 GEM(거린메이)과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3사의 투자규모만 1조21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에는 완성차 기업 포드와 5조1000억 원씩 총 10조20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M&A,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1단계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인텔 낸드 실적이 연결에 반영되면서 올해부터 본격적인 인수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SK이노비에션의 화학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일본 화학전문기업과 손잡고 반도체용 세정제 시장 진출에 나섰다.

▲국내 대기업 로봇사업 투자
▲국내 대기업 로봇사업 투자

‘로봇에 진심’ 삼성·현대차·LG

현금 145조 원(작년 말 연결기준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쥔 삼성전자는 로봇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1월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22% 인수하고, 이후 이달 15일 지분을 추가 매수해 14.99%까지 늘렸다. 게다가 이번엔 콜옵션까지 확보했다. 모두 행사하면 지분율 59.94%로 최대주주가 된다. 즉 삼성전자의 완전 자회사가 되는 것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레인보우로보틱스 M&A 시기와 관련해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 (연내가) 목표지만, 상대방 입장도 있기 때문에 잘 맞춰가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로봇기업 M&A에 나선 것은 로봇시장이 본격적인 개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협동 로봇을 비롯한 많은 산업분야에서는 인간이 하던 업무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가 주축이 돼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 DX사업부문에서는 로봇사업팀이 움직이고 있다. 올해 보조로봇인 EX1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벤처투자는 이달 자율주행로봇 스타트업인 뉴빌리티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해당 펀드에는 삼성전자가 지분 95%를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빌리티는 로봇 배송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도 꾸준히 로봇사업에 투자를 단행해 왔다. 2018년 차량 전동화·스마트카·로봇&AI·미래 에너지·스타트업 육성을 5대 신산업으로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2021년에는 로봇 공학계 정점에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24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했고,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도 지분 인수에 함께 참여했다. 현대차는 로보틱스랩과 보스턴 다이내믹스 그리고 BD-AI 연구소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미래 신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는 주력계열사인 LG전자가 로봇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한화·한진·신세계·롯데도 M&A로 체질 변화

한화는 2조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 경영권 지분(49.3%)을 확보하고 인수 절차를 4월 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M&A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방산 톱10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해외 기업결함심사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4개 합병 신고국 가운데 필수신고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 나라의 심사만 앞두고 있다.

신세계는 M&A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1352억 원에 인수했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현 SKC컴퍼니) 지분을 4741억 원에 매입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글로벌) 인수전에도 3조4404억 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고급 와이너리인 ‘쉐이퍼 빈야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동안 눈독 들여왔던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 인수는 진행하지 않기로 이달 결정했다.

롯데 역시 M&A로 ‘유통공룡’ 수식어를 빠르게 지워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조7000억 원을 투자한 배터리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를 마무리했다. 그런가하면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을 인수한지 14년 만에 매각하며 비핵심 사업정리도 단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에 LCPL을 147억 원에 인수해 약 1924억 원에 팔았다. 인수가격 대비 13배 규모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삼일PwC는 “올해 기업들의 핵심 화두는 부채 축소를 위한 기업 분할과 사업부 매각이 될 것”이라며 “사모펀드(PE)의 미집행 약정금(2조4000억 달러, 지난해 글로벌 기준)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기업 인수 등 신규 투자 여력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도 “지금이 M&A 적기로 특히 해외 기업 인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평가된 기업 가격이 합리적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삼일PwC는 “올해 기업들의 핵심 화두는 부채 축소를 위한 기업 분할과 사업부 매각이 될 것”이라며 “사모펀드(PE)의 미집행 약정금(2조4000억 달러, 지난해 글로벌 기준)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기업 인수 등 신규 투자 여력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삼정KPMG도 “지금이 M&A 적기로 특히 해외 기업 인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평가된 기업 가격이 합리적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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