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 위기 짙어지는 은행권...중앙은행, 역할론 압박 커져

입력 2023-03-27 14:13 수정 2023-03-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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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정책 모순 지적 이어져
달러 유동성 공급 늘리면서도 금리 인상 강행
“통화정책, 금융 안정과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돼”
“시장 안정되기 전까지 금리 인상 중단 성명 발표해야”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CS),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지점 앞에 걸린 간판이 보인다. 로이터·AP연합뉴스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CS),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지점 앞에 걸린 간판이 보인다. 로이터·AP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가 이어지면서 금융 안정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등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 중앙은행이 예금 보호 조치에서부터 기준금리 인상 중단에 이르기까지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들어 미국에서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등 두 개의 은행이 파산하고, 유럽에서는 스위스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경영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정부 주도로 매각된 데 이어 지난주 독일 도이체방크까지 주가가 급락했다.

재정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은행으로 꼽혀왔던 도이체방크에 대한 시장의 신뢰마저 흔들리자 은행권 전반의 신용 경색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국채 금리도 급락했다. 유럽 주요 은행 주가를 종합한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이달 들어 18% 이상 빠졌다.

금융 불안이 이어지자 시장에서는 각국의 중앙은행의 정책적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6개 주요 중앙은행은 19일 금융 불안이 불거지자 달러 유동성 공급을 늘리겠다며 스와프(통화교환) 강화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물가를 잡겠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영국 런던 소재 유니크레디트의 에릭 닐슨 수석 경제 고문은 “은행 문제가 광범위한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금융 안정과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과 ECB를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들은 최소한 금융 시장 안정이 회복될 때까지 추가 금리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성명이 앞으로 더 깊은 위기의 벼랑 끝에서 우리를 구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잠시 중단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연방 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5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은 80%로 점쳐지고 있다.

연준 내 ‘매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이번 금융 불안이 연준의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언급하기엔 시기상조”라고 하면서도 “은행이 받는 압박이 신용경색으로 이어지면 경기를 둔화시킬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매우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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